내일 실시되는 2008년 대선은 여러모로 역사적인 선거다. 여론조사에서 앞서온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예상대로 당선되면 유색 인종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현실화되는 것이고,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가 막판 대역전 드라마를 펼친다면 우리는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을 보게 된다.
누굴 대통령으로 찍을지 벌써 마음을 굳혔거나 아니면 이미 우편으로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이제 역사의 문이 어느 쪽으로 열릴지 내일 밤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것들은 대통령 말고도 많다. 물론 대통령을 누굴 뽑느냐가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되겠지만, 연방 의원과 주 의원, 판사 등 선출해야 할 공직자들도 많고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각종 발의안들까지 합하면 투표해야 할 항목이 30여개를 넘나드니 말이다.
그동안 미국 선거를 보면서, 이처럼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너무 많고 복잡한데 모든 유권자들이 다양한 후보자의 면면이나 각각의 발의안의 내용과 영향에 대해 일일이 잘 살피고 이해한 뒤 투표를 하는지가 의문이었다. 특히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내용을 담은 발의안들의 경우 마치 모르는 시험문제 답 골라 찍듯이 대충 투표를 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면 그 결과가 실제 민의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웬만큼 노력과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서는 일반 유권자들이 정확하고 자세한 선거 정보를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각 발의안들에 대한 찬반 홍보물이나 방송 광고 등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보고 듣다보면 자기 쪽 주장만을 교묘하게 부각한 게 대부분이어서 도대체 어느 쪽 말이 진실인지 헷갈린다.
투표용지나 투표안내서에도 발의안 요약과 설명이 나와 있지만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것만 가지고는 완전한 이해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한국어로 된 투표지와 투표안내서가 있지만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 그리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동성결혼 금지 발의안’(Prop 8) 조차도 ‘동성결혼 자체에 대한 찬반’으로 잘못 알고 있는 유권자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일찍 우편투표를 한 한인 유권자는 동성결혼에 반대 입장이어서 투표지의 ‘반대(No)’란에 표기를 했다가 뒤늦게 잘못 고른 것을 알고 아쉬워했다지만, 한번 찍은 투표지를 다시 돌이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주어진 권리를 찾기 위해 던지는 나의 한 표가 의미를 잃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를 하는 것은 바로 유권자의 몫이다. 아직 하루의 시간이 남아 있다. 투표권을 가진 한인들이라면 역사의 한 부분이 될 이번 선거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투표장에 나갈 때는 반드시 준비된 유권자로 나가시기를 바란다.
김종하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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