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미국 정치사는 공화당 승리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악관과 연방 상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던 1980년 대통령 선거에서 레이건이 이긴 이래 지난 28년 중 20년을 공화당 행정부가 집권했고 1994년부터 2006년까지는 연방 상하원마저 공화당 손에 들어갔다. 민주당 대통령인 클린턴까지 “큰 정부의 시대는 갔다”고 말함으로써 ‘공화당 시대’는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06년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게다가 공화당 연방 상하원 의원들이 잇단 뇌물과 섹스 스캔들에 휘말리자 미 국민들은 연방 상하원의 다수당 자리를 민주당에 넘겨줬다. 올해 선거는 아직 2주정도 남았지만 이미 공화당 내부와 보수파 논객들 사이에 “이번 선거는 글렀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백악관을 민주당에 내주는 것은 물론이고 연방 상하원에서의 의석 격차도 더욱 벌어질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대선 후보간의 지지도 격차는 10%대에 이르고 투자가들이 자기 돈을 거는 인트레이드에서는 오바마 85%, 매케인 15%로 오바마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연방 상원에서 공화당이 40석도 차지하지 못한다면 필리버스터 마지노선이 무너져 의회 주도권은 완전히 민주당이 쥐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째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전문가들은 소위 ‘레이건 연합’으로 불리는 공화당 주도 세력의 분열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레이건은 소위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경제적 보수파와 낙태에 반대하는 문화적 보수파, 거기다 반공을 내세우는 외교적 보수파, 친이민적인 기업가와 사회단체를 아우르는 연합 세력의 리더였다.
그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일정 범위를 넘지 않았다. 강한 반공주의자였으면서도 미국인의 피를 흘려야 하는 일은 극력 피했으며 낙태 반대론자들에게 지지를 보냈으면서도 이들의 집회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레이건 후계자’를 자처하며 대권에 도전한 조지 W. 부시는 집권한 후 ‘작은 정부’의 이념을 사실상 포기했다. 지난 8년간 연방 정부 지출과 재정 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났고 이라크 침공으로 인한 미군 사망자 수는 4,000명이 넘었다. 공화당 노선이 반이민으로 돌아서면서 라티노 등 소수계와 이민자들이 대거 이탈했고 새라 페일린과 같은 무자격기독교 우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극우 기독교 세력의 득세는 많은 온건파와 지식인들을 공화당에서 몰아냈다. ‘생각하는 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보수파 평론지 ‘내셔널 리뷰’를 창간한 윌리엄 버클리 주니어의 아들 크리스토퍼 버클리는 오바마 지지를 표명했다 압력에 못 이겨 사표를 내야 했다. 온건파 공화당원이던 콜린 파월이 공화당의 극우화를 우려하며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고도 선거에서 이기길 바란다면 너무 염치없는 짓이다. 가주 공화당내 실력자인 짐 브럴티는 “공화당원들도 이번 선거는 체념하고 있다”며 “다수당이 다시 되기 위해서는 이번에 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많은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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