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를 통해 1999년부터 지상파 코미디 장르를 주도해 온 KBS가 11월 가을 개편을 통해 80년대 말 ‘유머1번지’와 ‘쇼비디오자키’ 쌍두마차를 앞세워 구축했던 ‘코미디 왕국’의 재건을 꿈꾼다.
1999년 종영된 ‘코미디 세상만사’ 이후 처음으로 정통 비공개코미디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3월 막을 내린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 ‘폭소클럽’도 부활한다.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를 부각시키는 KBS의 이 같은 편성 전략은 ‘개그콘서트’와 ‘개그야’(MBC), ‘웃음을 찾는 사람들’(SBS) 등 공개코미디 중심의 현 지상파TV 코미디에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개편 후 평일 오후 9시대에 선보일 2TV ‘엔돌핀 업’(가제)은 관객과 무대가 없이 비공개로 녹화가 진행된다. 빠른 호흡의 공개코미디와 달리 콩트, 야외촬영, 복고풍 코미디 등을 선보인다.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가 연출자로 투입된다.
김 PD는 ‘개그콘서트’는 처음 선보였을 당시에는 새로운 트렌드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새롭지 않게 여겨진다며 비공개코미디는 복고로 볼 수도 있지만, 최근 코미디 경향을 고려하면 오히려 새로운 유행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공개 무대는 장소의 특성상 여러 제약이 많다며 지상파가 지나치게 공개코미디 위주로 흐르고 있는데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장치에는 공개코미디 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있다는 점을 요즘 젊은 층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엔돌핀 업’에서는 7~8개의 코너가 선보이게 된다. 바보 대통령과 내각이 스튜디오에서 정치를 풍자하는 코너, 엉뚱한 초능력을 가진 이가 야외에서 좌충우돌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판 ‘미스터 빈’ 코너,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부르던 합창단이 벽을 뚫고 나가 야외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공간 이동’ 코너 등이 준비되고 있다.
그는 ‘개그콘서트’는 젊은 층이 타깃이고 호흡이 빨라 온 가족이 보는 데는 소재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20대 이후 할아버지까지 시원하게 웃을 수 있도록 시청층을 확장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제동, ‘김샘’ 김홍식, ‘블랑카’ 정철규 등을 배출하며 국내 대표적인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폭소클럽’도 재단장 후 8개월 만에 다시 선보인다.
연출을 맡은 서수민 PD는 말 잘하는 독특한 일반인이 무대에 올라 관객을 웃기게 하자는 ‘폭소클럽’ 초기의 기획 의도를 살릴 계획이라며 내용 면에서 여러가지로 업그레이드해 이전 ‘폭소클럽’과 차별화를 시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단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는 코너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독특한 재능의 일반인도 적극적으로 발굴, 무대에 세우게 된다.
서 PD는 말 잘하는 일반인 그룹을 훈련시키고 있는데 4~5명의 일반인 출연진은 이미 확정한 상태라면서 이밖에도 다양한 재주를 가진 일반인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출연 기회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폭소클럽’에서는 최양락이 진행하던 ‘올드보이’ 코너도 새롭게 재구성해 무대에 올린다. ‘왕년의 인기 개그맨’이 주로 출연하던 이 코너에 개그맨 아닌 예전 인기 스타들을 출연시킬 예정이다.
김구라가 자신의 아들과 함께 등장해 꾸미는 ‘동화 읽기’ 코너도 전파를 타게 된다.
서 PD는 최근 코미디의 소재와 내용이 점점 더 강해져 일부는 건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며 그런 형식을 포함한 다양한 코미디가 있어야 ‘웃음 문화’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단장된 ‘폭소클럽’은 토요일 늦은 밤 시간대 1TV로 편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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