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돌풍의 핵심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저스틴 버랜드. 그러나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피곤함이 역력하다.
놀라운 연승행진을 벌였던 LA엔젤스의 제리드 위버. 플레이오프서도 팔이 싱싱하게 버텨내기를 팀은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9월은 투수에게 가혹한 달이다. 4월부터 던진 어깨는 고장 날 정도로 피곤에 절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막판 레이스가 가열된 상황에서는 참고 던져야 한다. 휴식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제 한몸은 잊어야 한다. 그렇다고 팔이 부서져라 용력을 다해 던져도 안된다. 기껏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놓고 어깨가 고장 나면 헛일이다. ‘최선을 다하되 요령껏‘. 말이 쉽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9월 들어 와일드카드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팀들은 루키 투수 어깨 보호를 위한 비상령을 내리고 있다. 베테랑에게도 힘든데 9월은 루키들에게는 자칫 낙마하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 던져 승리를 거둬주시되, 어깨는 싱싱하게 유지 하소서” 특히 루키들을 많이 데리고 있는 팀은 제발 무사히 넘어가기를 초조한 마음으로 9월을 맞고 있다.
어깨 힘은 다 빠지고, PO 티켓은 잡아야겠고
‘몸은 파김치, 스트레스 팍팍’ 9월은 투수의 지옥
특히 루키 많은 팀들 ‘9월 첫 경험’ 걱정 태산
▶9월은 잔인한 달
긴장하기는 루키 본인들도 마찬가지. 올해 AL 사이영상과 신인왕 2관왕을 넘볼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저스틴 버랜더(15승7패, 방어율 3.42). 그는 9월에 접어들면서 피곤함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와 메이저를 합쳐 130 이닝을 던지고 어깨 피곤으로 8월초 DL에 올랐었는데, 올시즌에는 8월까지 이미 158이닝을 던졌다.
9월중 투구는 이번이 처음. 9월에도 싱싱한 어깨로 그간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 본인도 은근히 걱정이다. “9월은 투수에게 어려운 달이라고 들었다. 내게는 처음 들어가 보는 미지의 영역이니만큼 성공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지혜를 빌릴 수 있도록 폭넓게 경청하고 있다”
올 시즌은 루키들의 비중은 크다. 루키들의 활약상에 따라 플레이오프 진출이 달린 팀들이 많다. 미네소트 트윈스의 프랜시스코 릴리아노, 보스턴 레드삭스의 조나던 파펠본, 말린스의 자시 잔슨, LA엔젤스의 제리드 위버 등 루키 투수들은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노동절을 기해 투수들의 시즌은 끝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지금부터가 승부처. 그동안 잘 던지던 선발 루키들도 몇 개월을 애쓰는 동안 몸과 정신이 피곤에 절게 된다. 몸 움직임이 둔화되고 투구는 목표점을 빗나가게 되고 그러면 형편없는 패배를 당하게 된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노장 에이스 커트 쉴링(39)은 “9월 스케줄은 투수에게는 참으로 잔혹하다”고 말한다. 커리어 통산 9월중 99 경기에서 방어율 3.70로 9월 징크스에서는 자유로운 베테랑이지만 9월이 여전히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긴장을 풀고 쉴 틈이 없다. 경기는 더 긴박하게 고조되고 투수에게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많은 것이 요구된다. 9월에 던지는 요령이 있다. 그런 지식과 통찰력은 오랜 경험 뒤에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9월 넘길 묘안은?
9월 징크스 극복을 위해 각 팀들도 고심중이다.
플로리다 말린스는 선발 4명이 루키. 조 지라디 감독은 9월중에는 6명 로테이션으로 선발진을 운용할까 고려중이다. 심신이 피곤하고 매 경기당 승리 압박감마저 가중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값비싼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9월은 연중 계속되는 투수들의 워크아웃 사이클이 종료되는 때. 이때쯤이면 투수들의 체력은 바닥이 난다. 투수들은 겨울 무게 운동으로 기본 근육과 체력을 만들고, 스프링 트레이닝 7주 동안 팔을 출전 완료 상태로 만든 뒤 4월부터는 어깨를 갉아먹기 시작한다. 정규시즌 마지막 달인 9월이 되면 체력은 바닥나고 어깨는 기운이 다 빠져 나간다.
올해 기록적인 승리 가도를 질주해왔던 타이거스 투수진도 지금은 피곤감이 역력하다. 버랜드는 8월중 방어율 6.83에 2승3패로 주춤했고, 자크 마이너도 피곤을 드러내고 있다. 네이트 로벗슨(28)은 9월이면 맥을 못추는 선수로 유명하고, 제레미 보더만(23)과 노장 케니 로저스(41)도 지친 기색이다.
AL 와일드카드를 두고 접전중인 트윈스도 마찬가지. 빛나게 던졌던 릴리아노가 몸이 성치 않은 상황에서 부프 본서, 매트 가자는 반드시 수호해야 하는 입장이다.
잔인한 계절 9월을 넘기기 위해 투수들도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불펜 투구를 줄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불펜 투구는 계속하되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살살 던지는 선수도 있다.
베테랑 투수 로저스는 젊은 투수들에게 “불펜 투구시 부드럽게 던지고 몸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보더만은 투수코치가 권하는 대로 연습투구시에는 마운드 대신 평지에서 던졌더니 도움이 되더라고 말한다.
기초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스프링트레이닝 때처럼 무게운동을 하는 투수도 있다.
선발투수뿐 아니라 클로저나 릴리버에게도 플레이오프가 걸린 상황에서는 9월은 어려운 때다. 파펠본은 “무리하게 던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바디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수는 다리가 실해야 한다. 다리가 무너지면 팔도 무너지게 된다”고 말한다.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 포스트시즌 세이브 34개의 기록을 갖고 있는 리베라는 9월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9월중 커리어 통산 방어율이 2.80로 탁월하다. 리베라의 등판 횟수를 65~70회로 한정하고, 매 등판시 1 이닝 이상은 던지지 않도록 하는 조 토리 감독의 배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몸은 지쳤지만 플레이오프가 걸린 만큼 오히려 아드레날린이 더 푹푹 솟는다는 투수들도 있다. 타이거스 마무리 타드 존스도 그런 선수. 1987년 이후 처음 디비전 우승의 기회가 왔는데 9월 징크스 따위는 게의치 않는다. “피곤함이란 단지 머릿속에 있는 것일 뿐. PO가 걸렸는데 딴 생각날 겨를이 없다. 우린 지치지 않았다. 진군할 뿐이다.”
<케빈 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