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안오면 22일 산파라엘서
히스패닉계 팀 맞아 개막전
안그래도 바람찬 샌프란시스코. 게다가 언덕배기 윗동을 깎아 인조잔디를 덮어놓은 곳. 주변에는 바람막이 하나 없이 뎅그렇게 둘러친 철망. 쌀쌀맞은 날씨가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초저녁.
지난 17일 오후 6시쯤 SF프랭클린 구장. 징그럽게 오랜 비바람에 시달리던 그곳에 비가 그치자 지붕밑에 문안에 갇혀 지내던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명색 축구장인데도 빈 자리를 잡기 어려웠다. 사람에 치이고 공에 치이고.
“야, 얼마만이야. 우선 쟤네들 하고 한판 붙자.” “에이, 몸도 안풀고?” “야, 오늘 못하면 연습할 시간이 언제 또 있냐?”
그래도 한인들이 주축이 된 축구동아리 샌프란시스코상록수(회장 조행훈) 회원들은 비 때문에 두달동안 한번도 모이지 못해 얼마나 좀이 쑤셨는지 모이기가 무섭게 점호도 없이 몸풀기도 없이 팀이름도 모르는 다른 한쪽 다민족 연합팀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몸이 근질거리기는 그쪽도 마찬가지였다. 금세 불이 붙었다. 심판도 없이 차고 달리고 또 차고. 선수와 관중이 워낙 뒤섞인 탓에 골은 많이 터졌는데 스코어는 집계조차 안됐다. 다리에 쥐가 나거나 심한 몸싸움에 나뒹구는 선수도 속출했다.
그러나 두달만에 맛본 축구땀에 모두들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가 넘쳤다. 참고 참은 축구 굶주림을 모처럼 달랜 SF상록수 축구사나이들이 베이지역에서 펼쳐지는 작은 월드컵에 출전한다. 오는 22일(토) 시작되는 06 마린카운티 오버40(40세 이상) 축구리그에 한인중심 축구팀으로는 처음 참가해 타커뮤니티 축구매니아군단(총 9개팀)과 토요일마다 자웅을 겨루게 된다. 4월1일 시작될 예정이었던 이 리그 역시 비 때문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22일 오전 9시 산라파엘 미키니스 나이키 팍에서 지각출발을 앞두고 있다. 상록수의 첫 상대는 히스페닉계 아미스타드 클럽.
이마저 비가 오면 또 연기될지 모르지만 SF상록수는 월드컵4강 코리아축구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포지션별로 라인업 구성도 마쳤다. 주성만 감독이 이끄는 상록수팀은 공격진에 골게터 신성재, 양쪽날개에 최원 조정훈 조행훈 박래문, 미드필드에 구세홍(기술감독) 이상호(코치) 김승철 이명수 임성엽 이대섭, 수비진에 백종만 이상범 주성만(감독) 배용수 심영민 이득민(주장) 밴 바게리안, 골키퍼 요원으로 빅토르 왕(매니저) 루이스 칭을 포진시켜 ‘토요일의 연승 퍼레이드’를 이어나간다는 각오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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