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삶
▶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굿치랜드의 아름다운 능선이 북쪽으로 제임스 강을 따라서 굽이쳐간다. 한 겨울에도 잔디가 푸르다. 집과 나무란 볼 수 없는 곱디고운 언덕들이 철이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철은 생전 처음 형무소를 찾아가는 것이다. 철이 방문할 죄수는 모하맷이다. 그는 아버지와 자기를 쏜 범인이다.
1년 전 철이가 12학년 때, 새해를 3일 지나고서다. 철은 아버지의 식료품 가계에서 새벽부터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전 10시쯤 됐을까. 범인은 조용한 가게에 들어섰다. 센서가 사람이 들어옴을 알렸다. 손님이 뜸한지라, 철은 계속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아버지가 보는 카운터에서 기척이 없다. 철은 몸을 일으켰다.
아버지는 갑자기 소리를 치셨다. “엎드려라” 이때 거칠고 굵은 흑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움직이면 모두 죽일 테다.” 철은 아버지의 경고도 잊은 채 카운터로 달려갔다. 범인은 놀라서 철이를 향해 총을 쏘았다. 다행히도 총알은 철이를 피해 냉장고 유리를 깨면서 소다수가 쏟아져 내렸다. 철은 황급히 아버지 옆으로 바짝 다가섰다. 아버지는 두 손을 들고 일그러진 얼굴로 범인을 바라보고 계셨다. 철은 겁에 질려 범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철은 울분에 찬 마음으로 머리를 떨구었다.
범인은 갈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범인은 욕설을 퍼부으면서 아버지에게 계산대를 열라고 소리쳤다. 아버지는 한 손으로 계산대를 열면서, “제발 쏠려면 나를 쏘시오” “이 아이는 안 되오”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범인은 카운터를 뛰어 넘어 열린 계산대의 돈을 급하게 집어들고, “움직이면 모두 쏜다”라고 외치면서 황급히 달려나가는 듯 싶더니, 돌아서서 아버지를 향해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아버지는 다행히도 복부 수술을 마치시고 3주 후 집에 돌아오셨다. 그리고는
일절 말이 없으셨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근심과 분노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철은 울화통이 터져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벽을 차며 분을 풀었다.
한 달이 지나서 형사가 찾아왔다. 용의자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철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경찰서에 갔다. 철은 범인의 얼굴이 확연히 떠오르지 않았다. 용의자들이 이중창 너머로 대여섯 명 서 있었다. 철이에게는 모두가 범인 같이 보였다. 철의 분노는 가슴속에서 부글부글 꿇어 올랐다. “아, 갈색 구두다” 철이가 외쳤다.
법정에서도 모하맷은 범행을 한사코 부인했다. 그럼에도 배심원들은 유죄를 인정하여 20년의 선고를 받았다. 철은 그가 살인 미수자라고 생각했다. 철은 분통이 터졌다. 길가에서 지나치는 흑인들까지 혐오하기 시작했다. 철은 이를 악물고 공부를 했다. 그는 형사법에 제일이라는 시카고 대학에 입학했다.
아버지는 여전히 그 가계를 운영하시고 계신다. 마음에 상처가 가시지 않으셨지만 매일 새벽에 일어나셔서 기도회에 참석하신다. 어머니와 동생까지 가게 일을 돕는다.
철은 지도교수의 권고로 모하맷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얼마 후에 답장이 왔다. 모하맷은 자기의 죄를 용서해달라는 짤막한 답장을 보내왔다. 철은 머리를 흔들었다. “용서할 수 없어.”
겨울방학이 되여 철은 집에 돌아왔다. 아버지는 환한 얼굴이 되셔서 가게를
늘리고 어머니와 여동생은 더 이상 가게에 나가지 않았다. 흑인 종업원들이 서너 명이나 일하고 있었다. 철은 백화점에 갔다. 그리고 갈색구두를 찾았다.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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