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가망신. 이재명 대통령은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할 때 이 단어를 즐겨 쓴다. ‘집안의 재산을 다 써 없애고 몸도 망치게 하겠다’는 뜻이다.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뿌리를 뽑겠다는 무시무시한 위협이다. 주가조작에서 시작된 패가망신 경고는 스캠 범죄, 담합, 바가지 요금, 부동산 투기, 그리고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 이 대통령이 패가망신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건 취임 일주일 뒤 찾은 한국거래소에서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 등에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며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첫날로 삼겠다”고 했다. 경고는 코스피지수가 6,000을 돌파한 지금까지 쭉 이어진다. 경제지 기자들의 선행매매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주가조작 신고포상금을 대폭 늘렸을 때도 엑스(옛 트위터)에 “주가조작 패가망신!”을 구호처럼 적었다.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스캠(온라인 사기) 범죄에 대해서도 ‘패가망신’ 경고를 했다. 연초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가해하면 국내든 국외든 패가망신한다”고 했고, 며칠 뒤 엑스에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 빈말 같습니까” “대한민국은 한다면 합니다. 끝까지”라며 거듭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다. 논란도 낳았다. 같은 내용을 캄보디아어로 번역해 게재한 게 화근. 캄보디아 정부가 자국 주재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자 게시물을 슬그머니 내렸다.
■ 이 대통령에겐 패가망신을 시켜야 할 부류가 아직도 많이 남은 듯하다. 2월26일엔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 적발 사례 증가를 지적하며 “국민 혈세를 도둑질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누구나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달라”고 부처에 지시했다. 앞서 반시장적 담합 행위, 바가지 숙박요금에 대해 “악질적 횡포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도 했다. ‘ 패가망신 시리즈’의 끝이 어디냐는 말까지 나온다. 다들 패가망신 대상이긴 한데, 과도한 남용이 경고의 무게를 가볍게 하지는 않을지, 또 지나치게 많은 부류를 적으로 몰아가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이영태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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