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1차 대전은 1914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세르비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처음 전쟁이 터지자 각국 국민들은 모두 환영했다. 1815년 워털루 전투 이후 오랜 평화에 싫증난 유럽인들은 자신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흥분에 젖었고 젊은이들은 앞다퉈 자원 입대했다. 모두 크리스마스 전 전쟁은 끝날 것이며 병사들은 국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기관총으로 무장한 참호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수백 야드를 뺏기 위해 수만명이 죽었다. 4년이 넘게 지속된 전쟁 동안 2천200만명이라는 유럽인들이 의미 없는 개죽음을 당했다.
1941년 6월 22일 히틀러는 전격적으로 소련을 침공했다. 슬라브 민족을 우습게 본 그 역시 크리스마스 전 소련을 점령해 광대한 땅을 독일 민족의 생활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처음에 잘 나가던 독일 군대는 130년 전 나폴레옹과 똑같이 동장군과 소련군의 끈질긴 저항에 견디지 못하고 패퇴를 거듭하다 망했다. 이 과정에서 제2차 대전 총사망자의 절반이 넘는 1천500만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1950년 김일성은 38선을 넘어 남침을 감행했다. 인민군이 내려가면 남한 농민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란 박헌영의 장담에다 속전속결로 끝내면 미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오판이었다. 트루먼은 즉시 유엔 깃발 아래 지원군을 보냈고 전쟁 직전 농지 개혁으로 자기 땅을 갖게 된 남한 농민들은 공산주의를 지지하지 않았다. 맥아더의 인천 상륙 작전 성공으로 만주로 도주한 김일성은 중공군의 개입으로 겨우 권력을 유지했다.
1964년 미국은 월맹이 미국 구축함을 공격했다는 ‘통킹만 사건’을 조작해 베트남전 참전 구실을 삼았다. 명분은 동남아의 공산주의 도미노를 막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은 죽창으로 무장한 게릴라들이 감히 초강대국 미국과 싸워 이길 수 있겠느냐는 오만이 깔려 있었다. 그 후 11년간 계속된 전쟁 동안 미국은 2차 대전에 쏟아부은 폭탄의 3배 이상을 베트남에 터뜨렸지만 결과는 사상 최초의 패배였다.
2001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9.11 테러를 저지른 알 카에다를 비호하고 있는 탈레반을 응징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아프간은 수많은 제국이 쳐들어갔다 망신만 당하고 쫓겨나온 곳으로 ‘제국의 무덤’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가까이는 1979년 소련이 멋모르고 들어갔다 참패 후 1988년 퇴각한 바 있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이식하겠다며 아프간 중앙 정부에 막대한 원조를 해왔지만 각각 다른 부족과 언어, 종교로 갈라진 아프간을 통합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2천400명의 전사자, 2만명의 부상자, 2조 달러가 넘는 돈을 쓴채 2021년 미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을 끝내고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명분으로 내걸었던 대량 살상 무기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뒤 이어 이라크 민주화를 한다면서 집권 바트당을 해체하고 사담 관련자들을 모두 축출하자 갈 곳이 없어진 이들은 게릴라로 변신해 미군을 괴롭혔다.
거기다 사담의 순니파가 권력을 잃자 이란을 뒤에 업은 시아파가 득세하기 시작했고 IS 같은 테러 조직이 기승을 부렸다. 혼란이 계속되며 미군 피해가 속출하자 미국은 4천500명의 사망자와 3만여 부상자, 2조 달러가 넘는 전비를 쓰고 아무 소득 없이 2011년 철군했다.
올 2월 시작된 이란과의 전쟁도 처음 미국이 예상한 바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 국민과 의회, 우방과 아무런 상의없이 지도부를 제거하고 군사 시설을 파괴하면 무조건 항복을 받을 것이란 네타냐후 말만 믿고 시작했지만 그 후 넉달이 지나도록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전력은 이란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미국의 압승을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두 나라의 맷집이 무기만큼 비대칭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애초에 목표로 한 이란의 완전한 비핵화와 지금 이란의 가장 큰 무기가 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원천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정권 교체가 필수고 이를 위해서는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이 명백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여론은 대규모 미군 희생자 발생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선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이란과 달리 미국은 이제 중간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다. 끝없이 실려오는 바디백과 함께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정치인은 없다.
미국의 전력이 아무리 우세하다 한들 값싼 싸구려 드론이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란전도 지난 100년간 대부분의 전쟁과 마찬가지로 오판으로 시작됐고 그 끝도 예상한 것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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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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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바보같은 트럼프다. 이란이 만만하면 진작 오바마 정권 아니 그 전 정부가 공격해 이란의 핵무기 프로젝트를 백지화 했겠지만 그게 쉽지 않아 그랬던 건데 트럼프는 나타냐후의 감언이설이 속아 선뜻 이란 공격에 나섰다. 아마도 엡스틴 파일로 한창 시끌하던 여론을 이란전으로 돌리려 했던 속셈도 있었겠지만 이란같은 대국을 지상군 파견 없이 미사일만 때려서 무너뜨릴수 있다 생각한 트럼프는 정말 어리석은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