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담론에 깊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라면 한때 유행했던 ‘확률론적 테러’(stochastic terrorism)‘라는 용어를 기억할 것이다. 확률 과정(stochastic process)은 전체적인 결과의 예측이 가능하지만 그 안에 강한 무작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확률론적 테러는 “대중매체를 이용해 이데올로기적 동기를 가진 무작위적 폭력을 선동하는 방식”으로 정의되며, 이러한 폭력은 통계적으로는 예측 가능하지만 개별적 폭력 사건의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예를 들어 이슬람국가가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이용해 테러를 고취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용어는 끊임없이, 그리고 무분벌하게 사용되다가 결국 자신과 의견이 다른 발언자를 공격하기 위한 비방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확률론이라는 개념 자체는 여전히 유용하다. 최근 필자는 소위 ‘확률론적 경제’라 부를만한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통계적으로는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개별적으로는 드물게 일어나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경제가 수 십년전부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이런 느낌을 갖게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확률론이 실질적이고 가치 있는 개선의 확인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건전한 경제 지표와 미국인들의 부정적인 경제 인식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필자의 대화 상대들은 평면 TV처럼 몇 가지 개선된 점이 있다는데 동의하지만 얻은 것만큼 잃은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모니터의 화면은 분명 더 좋아졌지만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정치, 집중력, 문화를 망쳐놓았다. 무역과 이민으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저렴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또한 촘촘하게 짜여진 공동체의 붕괴를 가져왔다.
이같은 발전의 이점이 비용보다 큰지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쟁이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 문제는 다음에 논의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런 종류의 논쟁이 간과하고 있는 숱한 경이로눈 개선점에 집중하고자 한다.
자동차 안전을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독자들은 새 차의 평균가격이 5만 달러가 넘는다는 기사를 접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 이 수치는 믿기지 않을지 모른다. 1990년의 새 차 평균가격은 1만 5,000달러로 오늘날의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3만 8,000달러 정도다. 대부분의 가정에게 자동차는 중요하고 피할 수 없는 구매품목이자 가계 경제상황을 가늠할 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엄청나게 오른 자동차 가격은 우리의 경제상황이 악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동차 가격이 오른 이유 중 하나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여유 자금을 더 크고 고급스런 자동차에 투자하기로 결졍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승용차보다는 SUV가 더 많이 팔린다. 또 다른 이유는 에어백, 차제 제어장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같은 안전장치 등 다양한 첨단기능이 새 차에 탑재되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30년전의 차량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나은 성능과 개선된 기능을 지닌 차량을 구매한다. 그리고 이는 교통사고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나. 1995년에는 1억 마일 주행당 1.7명이 미국인이 사망한데 비해 2024년에는 1.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인간 생명의 가치와 비교하면 자동차 한 대당 몇 천달러를 더 지불하는 것은 거저나 다름없어 보인다. 하지만 막상 자동차 대리점에서 차를 살 때는 생각이 달라진다. 차량 안전성이 개선된 덕에 교통사고로 숨질 확률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애초부터 그 확률 자체가 대단히 낮았다. 여기서 우리는 “확률론적 경제”로 들어간다. 통계적으로 누군가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정작 본인에게 일어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많은 돈을 쓰는 것들, 예컨대 자동차 보험이나 주택 보험이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의료 서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의료서비스만큼 삶의 질이 뚜렷하게 개선된 분야도 없다. C형 간염치료법 낭포성 섬유증 치료법, 암 면역요법은 물론 HIV를 사형선고가 아닌 관리가능한 질병으로 만든 항례트로바이러스제 개발, 심혈관 질환 치료법의 획기적인 발전, 그리고 팬데믹을 중도하차시킨 mRNA 백신 개발 등이 대표적 개선사례에 속한다. 하지만 삶의 질 향상을 둘러싼 논쟁 또한 치열하다.
백신은 특정한 종류의 불일치를 야기한다. 백신이 효과가 있다해도 접종을 통해 이득을 보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불일치는 의료 서비스 전반에 만연되어 있다. 주된 이유는 의료 서비스 개선이 소비자의 눈에 거의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의 경제 붐을 이끌었던 소비재 시장의 호황, 혹은 2000년대의 인터넷 혁명과 달리 이러한 이점은 본인이 병에 걸려야만 명확하게 드러난다.
확률적으로 당신은 지난 30년에 걸쳐 치료법이 크게 발전한 질환 중 하나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당신은 치료법의 발전 정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뿐더러 자신에게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도 잘 모른다. 매년 보험료를 통해 필요한 치료 비용을 조금씩 선제적으로 부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어떤 질병에 걸리기 전까지는 보험료를 지불한 대가로 얻는 혜택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보험 가입자의 눈에는 그저 계속 오르는 보험료만 보일 뿐이다.
확률론은 좋은 경제 지표와 나쁜 경제 분위기 사이의 미스터리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평범해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톰슨의 암살에 내심 환호한 비밀스런 이유도 설명해준다. 대중은 건강보험사를 극도로 싫어한다. 돈만 가져가고 아무 것도 돌려주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보험사들은 그들이 거둬들인 보험료의 대부분을 가입자들의 의료 서비스에 사용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 2024년의 경우 보험사의 평균 수익률은 1% 미만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 그저 많은 돈을 내고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뇌는 이런 종류의 불확실성을 이해하는데 능숙하지 못하다. 아쉽게도 우리의 뇌는 확률적 테러는 잘 처리하면서도 확률적 경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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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건 매카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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