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사태를 바라보는 충격과 허탈감은 표현하기조차 힘들다. 한심하고, 창피하고, 망신스럽고, 어처구니없다. 어떻게 이 지경까지 이를 수 있는지 참담하기만 하고, 어떻게 하면 한국 사회에 만성적인 ‘Moral Hazard’(도덕적 해이) 현상을 없앨 수 있는지, 아니 최소한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는 것인지를 우리 민족 전체가 고민하고 그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로 어린 학생과 시민들 3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원인이 설계와 시공부터 감리, 준공, 유지 관리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공무원의 부정 부패로 인한 부실 때문이었다. 1995년 6월 삼풍 백화점 붕괴로 502명의 종업원과 고객들이 사망했고, 경제적 피해는 3,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 역시 설계, 시공, 유지 관리 등 건설의 전 과정에 걸친 총체적 부실과 인허가 과정에서의 부패사슬 구조가 초래한 재앙이었다. 물론, 선진국에서도 많은 대형 사고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의 문제점은 사고의 근본 원인이 뇌물을 주고받는 먹이 사슬 식의 ‘부정 부패’에 있다는 점이다.
국가 부도 위기에 빠진 한국이 1997년 12월에 IMF에 200억불의 긴급 구제 금융을 요청하며 시작된 외환위기로 얼마나 많은 보통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는가. 하루아침에 아빠는 감옥으로 가고 엄마는 애들을 버리고 집을 뛰쳐나가 ‘IMF 고아’까지 생겨났는가 하면, 한국 전쟁 이후 가장 많은 150만 명이상이 직장에서 쫓겨나서 ‘IMF=I’M FIRED’라는 피켓까지 등장했었다.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은 바로 Moral Hazard였으며, 방만한 족벌 경영과 기업을 포함한 정부 관료와 공무원들의 부정 부패였다.
내가 미국의 대형 회계 법인에서 회계 감사관으로 활동할 때 수많은 미국 기업들을 다니며 회계 감사를 했지만, 고객 회사로부터 일 년에 몇 번 정도 햄버거 집이나 피자 집에서 10불~15불의 점심 대접을 받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정말 얼마나 마음이 편했는지 모른다. 감사 기간 내내 과도한 접대와 향응을 뿌리치느라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하는 환경과는 비교가 안 되는 것이었다. 물론, 미국도 가끔씩 ‘엔론 사건’ 같은 대형 회계 부정사고가 일어나지만 일반적인 기업 풍토와 의식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이제 황우석 교수의 사태를 바라보며 다시 생각해 본다. 미국 사람들이 우리를 얼마나 조롱하고 우습게 여길까 를 생각할 때 참으로 참담하지만, 이제라도 사회 전반적인 의식 개혁 운동을 벌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섀튼 교수를 놓고 소송할 것인지 말 것인지 따지는 저급한 수준이 아니라, 이제 언론과 학계와 종교계가 모두 나서서 ‘새마을 운동’이 아닌 ‘새마음 운동’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라고 허풍 떨 때가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이 살길은, 그리고 선진국으로 갈 길은 ‘달러 쌓아놓기’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의식 수준의 향상을 꾀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김운수 /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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