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대규모 감세를 실현하기 위한 세제 개편 법안이 연방 의회에서 본격적인 입법 절차를 통과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혜택 축소라는 그림자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연방 하원은 지난 22일,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을 표결에 부쳐 찬성 215표, 반대 214표로 단 한 표 차 가결시켰다. 공화당 내에서도 2명의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고 1명이 기권했으며, 민주당은 전원 반대에 나섰다.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자 메디케이드(캘리포니아는 메디캘)를 포함한 복지 예산이 총 1조1,000억 달러 이상 삭감될 예정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수백만 명의 저소득층이 의료 및 식량 지원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메디케이드만 약 8,800억 달러 삭감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최대 860만 명이 의료 서비스를 상실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연방 하원 전체회의 표결에 앞서, 이 법안은 18일 이례적으로 주말에 열린 연방 하원 예산위원회를 통과했다. 예산위원회는 찬성 17표, 반대 16표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이 과정에는 주목할 만한 정치적 움직임이 있었다. 당초 강경 보수 성향의 공화당 의원 4명이 메디케이드를 포함한 정부 복지 프로그램 삭감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18일 표결에서는 이들이 기권으로 입장을 선회하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들이 반대표를 고수했다면 법안은 부결됐을 가능성이 컸다.
이렇게 예산위 통과 이후 사흘 만에 전체 하원 문턱까지 넘은 해당 감세 법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작은 정부·큰 감세’ 노선의 핵심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대가로 수백만 명의 저소득층과 시니어들이 기본적인 의료 혜택조차 박탈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열한 정치적·도덕적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한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엇갈린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평생 꼬박꼬박 세금 냈는데, 오히려 더 적은 혜택을 받는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거나, 불법체류자들에게까지 메디캘 혜택을 확대한 캘리포니아의 정책에 반감을 가져온 한인들은 “복지 남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시선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삭감 방침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주변에서 실질 소득은 많으나 세금 보고를 낮게 해 공공복지 혜택을 받는 이들을 보며 불만을 품었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복지 시스템이 더는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며, 그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 해 보였다.
반면 사회적 약자 보호의 관점에서 이번 삭감이 지나치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특히 고령자, 저소득 이민자, 장애인 등을 위한 안전망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누군가는 제도를 악용할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수백만 명이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려선 안 된다”는 지적은 정책 추진의 속도보다 방향을 다시 보라는 주문이다.
한편 감세 법안이 메디케이드뿐 아니라 메디케어 예산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한인 시니어들에게는 또 다른 우려 요인이다. ‘만 65세 이상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 모두가 적용 대상인 메디케어는 사실상 노년층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조정이 있을 경우, 커뮤니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심의 과정에서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감세 법안은 단순히 경제적 수치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민자 커뮤니티 내 계층 간 균열, 세금과 복지에 대한 정의의 충돌, 그리고 복지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모든 국민이 감세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고, 모든 복지 수혜자가 무임승차자는 아니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행정부의 몫이자, 유권자의 질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와 복지 축소는, 미국의 경제를 살리는가 아니면 공동체를 분열시키는가. 한인들의 시선도 그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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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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