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희랍의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어느 날 백주에 등불을 켜들고 아테네의 한 거리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는데, 놀란 제자들이 “선생님, 이처럼 밝은 날에 어찌하여 등불을 켜고 다니십니까?”하고 묻자 “정직한 사람 하나를 찾고 있는데 도대체 보이질 않아서 이렇게 등불을 켜들고 다닌다네”하고 대답했다 한다.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회에서 정직한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 속에 선과 악이 허술한 벽을 사이에 두고 공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유럽의 문예부흥을 주도했던 화가이며 과학자인 레오나르드 다빈치는 수많은 걸작을 남겼는데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낯익은 작품으로는 영원한 신비의 미소를 머금고 있는 ‘모나리자’와 예수가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가진 만찬 회동을 담은 ‘최후의 만찬’이 될 것이다. 그런데 최후의 만찬에 등장하는 예수의 모델과 유다의 모델이 동일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완성하는 데는 7년이 걸렸는데 그 초기에 한 로마의 캠퍼스에서 만난 19세의 출중한 용모와 훌륭한 품성을 갖춘 청년을 예수의 모델로 화폭에 담았고, 그 후 완성 단계에 이르러 유다의 모델을 찾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마침내 로마 주교의 도움으로 한 형무소에서 천성적으로 유다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한 죄수를 만나게 되어 6개월에 걸쳐 함께 숙식하며 그림을 완성하게 되었다. 그 수인은 다시 형무소로 돌아가기에 앞서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다빈치 선생님, 진정 제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까. 제가 바로 7년 전 선생님께서 그토록 흠모하며 그린 예수의 모델이었던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그토록 훌륭했던 한 젊은이가 7년 뒤 위대한 화가의 눈으로도 분간할 수 없으리만큼 추악한 모습의 살인범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성에 내재하는 선과 악의 벽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거짓 정보를 이용해 부도덕한 정책을 펴나가기를 주저치 않는 정부의 고관들이 기소되고, 정부의 신뢰지수는 바닥을 친 지 오래다. 업무와 관련된 고객의 신상정보를 도용하여 피해자들을 울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신분의 약점을 이용한 공공연한 임금착취 행위를 일삼는 도덕불감증의 사업자들이 어깨에 힘을 넣고 뱃심을 부리고 있다.
이 순간에도 거짓을 은폐하기 위한 위선자들의 노력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그리고 가까운 우리 주위에서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카트리나 피해자를 위해 모아진 정성어린 기금을 관리하는 적십자사의 한 사무소가 직원들로 인한 공금 횡령 사실의 조사를 위해 업무정지 상태에 놓여있는가 하면, 멀리 태평양 건너 고국에는 오염된 김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다고 세상에는 못 믿을 사람들만 활개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양심의 성을 굳게 지키며 유호덕(攸好德)의 군자로서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기에 이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삶을 관조할 마음의 시간을 갖고 정직과 신용을 바탕으로 살아가기만 한다면 토마스 모어가 그려냈던 유토피아보다도 더 풍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만일 그 옛날 디오게네스가 다시 살아나 찾아온다면 백주에 등불을 켜들지 않아도 쉽게 정직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자.
김영욱/게이더스버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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