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슈머 시대(5)
▶ 이홍섭 <스윗홈 센터 대표>
“미국에 인종차별은 없습니다. 그것은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S 변호사의 말이다. “미국은 인종차별의 나라입니다. 그곳에는 인종에 따라 높이가 다른 많은 그물들이 쳐 있습니다. 가장 높은 그물은 아이리시 그물이고 가장 낮은 그물은 아프리카의 xx 그물입니다. 한국의 그물은 아프리카 보다 약간 높을 뿐입니다. 소위 미국의 자유는 그 그물 속에서의 자유입니다. 누구나 그 그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면 모가지를 자르지요. 소위 약소민족은 그 그물 위로 머리를 내밀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C 선생의 이야기다. 그는 S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지혜로운 사업가다. S 변호사의 입장에서 보는 미국과 C 사업가의 입장에서 보는 미국의 모습은 달랐다. 그것은 법정에서 보는 미국과 사회에서 느끼는 미국이 다르다는 말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것이 맞으며 어느 것이 사실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성경에도 있다. 신학자가 아닌 나로서는 인종차별로 볼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그것이 창세기에서 시작된 것을 보면 그 ‘차별’이라는 것이 신이 창조하신 사회질서인가 생각될 정도다. 세계 어디를 가도 그것이 없는 나라는 없다. 한국의 인종차별은 미국을 훨씬 앞선다고 흔히 말한다.
그러면 “미국에 인종차별이 없다”는 S 변호사의 의견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 의견은 아직 객관적인 신빙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그것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때 보여지는 미국의 모습이다. S 변호사의 말은 나를 실망하게 했고 약간은 분노하게까지 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그것은 미국이 가진 두 개의 얼굴이며 모습이다. 그 두 개의 의견은 모두 두 얼굴 중에 하나만을 보며 하는 말이며 생각이다. 그런데 그 두 개의 얼굴을 모두 보게되면 말이 달라지고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된다. 즉 미국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하늘에는 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흰 구름만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 함께 있지만 밤하늘 별빛이 빛날 때 흰 구름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흰 구름이 보이는 낮에는 별빛을 볼 수 없다. 흰 구름과 밤하늘의 별들을 함께 보려면 눈을 감아야 한다.
미국에 정말 두 개의 얼굴만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거기에 천개 만개의 얼굴이 있다. 거기서 나에게 맞고 필요한 모습을 찾아 소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미국에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이다.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상담이 필요하고 변호사가 필요해진다.
그것은 곳 전문성의 사회이다. 그러나 모두가 전문가란 뜻이 아니다.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전문가의 전문성을 믿고 따른다(사용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그 전문성을 믿고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믿고 순종하라”는 기독교 신앙에 뿌리가 있다.
21세기는 어떠한가. 거기엔 더 많은 얼굴이 있다. 미국은 21세기를 리드하지만 그것의 전부가 아니다. 그저 일부일 뿐이다. 그것은 복잡한 시대이며 복잡한 사회다. 복잡하면 단순화 작업이 필요해진다. 그것이 바로 프로슈머 시대의 현주소다. 그 복잡한 다양성을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뚝 갈라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사회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전문가와 비전문가(일반인)의 관계와 같은 것이다. 거기서 생산자는 만들고 소비자는 먹고 소비하면 된다. 가장 심플한 구조다. 복잡함 가운데 간단함! 그 간단한 유통구조가 주는 부유함과 편리함! 그것이 프로슈머 시대의 모습이며 질서다. 부유함과 편리함에 세워지는 질서다. 이제 프로슈머 사회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홍섭 <스윗홈 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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