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기가 여간 다행이 아니다. 고층 아파트다. 170여세대가 살고 있다. 닫힌 공간 구조다. 이 고층의 초대형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런데 한 명이 중상을 입고 또 다른 한 명이 경상을 입었다. 목숨을 잃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불이 난 시간이 오전 10시가 조금 지난 무렵이란 게 우선 다행이다. 한 밤중에 불이 났더라면 그 피해가 엄청났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이 먼저 나온 것이다.
까닥했으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런 면에서 지난 16일의 윌셔 타워 화재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두 여인이 몇 시간 동안 고성으로 싸우다가 누군가의 방화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 같다는 소방 당국의 발표가 우선 그렇다.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져야 알겠지만 만일의 경우 싸움 끝에 홧김에 불을 질렀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감정 싸움이 자칫 숱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화재 발생 직후 대피를 하라는 방송이 없었다는 입주자들의 항의도 그렇다. 안전 문제에 너무나 무감각해 보여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윌셔 타워는 13층의 고층 건물인데도 스프링클러 시설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화재도 스프링클러 없어 피해가 더 컸다는 게 소방 당국의 발표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인타운을 비롯해 수많은 고층 아파트들이 이같은 소방시설이 미비돼 있다는 사실이다. LA 시내 200여개 고층 아파트 건물 중 150여개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없다고 한다. 이는 스프링클러 시설 의무화를 하지 않은 시절에 지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시 당국의 설명이다.
고층 사무용 건물보다는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날 가능성은 더 크다. 게다가 소방시설이 미비된 고층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날 경우 그 피해가 엄청나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바꾸어 말하면 대부분의 고층 아파트 거주자들은 언제든지 대형 참사로 빚어질 수 있는 화재 무방비 상태에 방치돼 있다는 거다. 소방시설 미비를 제도적으로 허용한 허점 투성이의 이 같은 시 조례는 하루 빨리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안전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화재 방비가 특히 그렇다. 극히 작은 실수, 사소한 대책 미비가 대 사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초대형 아파트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일반 상업용 건물도 마찬가지다. 내 건물은 얼마나 안전한가. 이번 윌셔 타워 화재를 화재방비에 만전을 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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