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키워주도록
‘잠자는 숲 속의 미녀’라는 어린이용 만화 비디오를 생각해 보자.
대강의 내용은 한 왕국의 공주가 물레바늘에 손가락이 찔려 왕국 전체가 잠들게 되며 용감한 왕자가 이같은 저주를 풀고 공주와 왕국을 구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린이 대상의 동화 이야기이므로 줄거리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극중 그 누구도 공주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공주 장본인에게는 물레바늘에 대해 주의를 주거나 “네가 이러한 일을 하면 이러이러한 결과가 따라온다”는 규정을 정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왕을 포함하여 시녀들까지 모두가 공주의 눈에 물레가 띄지 않도록 왕국 전체에서 가능한 한 물레를 전부 없애버리려 했을 뿐이다. 공주가 해야 할 책임은 하나도 없고 주변 사람들만 헛수고를 한 셈이다.
하지만 공주가 성장하는 동안 혹시 바늘에 손가락이 찔릴까 계속 노심초사하기보다는, 왕과 주위 사람들이 공주가 어릴 때부터 물레에 관한 규정을 설명해 주고 상기시켜 주고 주의를 주었으면 훨씬 용이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공주에게도 자신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키워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만화 속내용을 두고 과장되게 상상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동화 속의 왕과 신하들처럼 부모님만 자녀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걱정하며 열심히 수고하시지만 정작 당사자인 자녀는 별 책임감 없이 빈둥거리는 모습을 우리 주변 실제생활에서 볼 때가 많다.
자녀에게 잔소리나 야단은 많이 하시지만 말로만 끝이고 사실상 자녀가 지켜야 할 규율 사항이 없을 때도 많다.
다시 말해서, 부모님들이 자녀가 해야 할 일을 지나치게 열심히 다 해주고 대신 짐을 들어주는 경우, 당시에는 자녀를 돕는 일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녀를 무책임하게 그리고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학부모님들 중에 어느 한 분이 “부모 노릇 한다는 것이 대통령 임무보다 더 어렵다”고 하신 것은 바로 이를 두고 말씀하신 것이 아닐까 싶다.
규율을 정해주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것은 바로 자녀가 규율을 지켜 가게끔 지속적으로 경계선을 세워주고 다시금 상기 시켜주고 자녀가 화를 바르르 내더라도(대부분 경우는 자녀가 화를 발끈 내면 부모로서는 “어휴 자기가 저렇게 하겠다는데 나로서는 말릴 만큼 말렸으니까 이제 나도 몰라!” 식으로 놓아버리기 때문에 청소년 자녀가 흔히 쓰는 방법이다) 계속 자녀가 해야 할 책임감을 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더 어렵다.
흔히 자녀에게 규율을 정해주라는 뜻을 자녀를 억누르라는 의미와 동일하게 생각하시거나 규율은 있지만 있으나마나 하고 아무리 말해도 자녀가 듣지를 않는다고 하신다.
그만큼 규율은 자녀 양육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이다.
규율을 세워주고 이를 지켜나가게 도와주며 행동에 따라오는 결과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것은 바로 자녀가 성인이 된 후 유용하게 사용할 인생 기술을 가르쳐 주고자 함이다.
자녀가 부모에게 짜증을 내며 화를 낼 때 부모가 이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자녀에게 중요한 교육이 될 수 있다.
자녀들은 모르긴 해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부모님에게 “이거 하지 마라. 너 또 했다가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아무 것도 안 봐준다”는 식의 잔소리를 많이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규율을 지키지 않는다면 원래 아무 것도 몰랐던 동화 속의 공주와 별 다를 바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문제는, 규율 사항이 얼마나 자세한가 그리고 자녀의 책임감은 그저 부모의 잔소리만 듣고 있으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자녀 스스로가 행동에 책임을 지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지에 달려있다.
자녀가 책임지고 해야 할 몫을 정확히 정해주는 것, 그리고 자녀가 규율을 어기더라도 다시 제자리에 데리고 오시는 것, 자녀가 화를 내더라도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규율에 대한 follow through를 보다 충실히 해주시는 것이 부모님이 하셔야 할 아주 중요하고도 어려운 역할이라고 본다.
신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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