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와 전통 예술을 주류사회에 심는 일은 저변을 닦는 일이다. 세계화 조류 속에서 한국과 한인사회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음악과 같은 순수예술의 역할은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일은 한국정부와 한인사회가 함께 손을 맞잡고 펼쳐가야 한다.
미국에서의 한국 문화사업은 물심양면의 노력을 쏟아도 금방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남가주에서 유일하게 한국의 전통예술을 전파해 온 UCLA한국음악과가 폐과의 기로에 서 있다. 대학당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폐강 불가피론을 발표함에 따라 우선 9월말까지 2만 달러를 마련하지 못하면 우리 음악의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대학 측은 한국음악 강좌가 정교수 없이 실기로만 진행돼 학문적인 관점에서 다른 학과보다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과 대학 재정상태가 악화된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가야금 등 12개 과목을 열어 매 학기마다 150여명의 수강생을 유치해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한국음악폐강 결정은 대학 측의 일방적인 잣대와 자본주의 논리가 맞물려 빚어낸 안타까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음악과가 문을 닫는다면 학생들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음악선율에 심취할 기회를 빼앗기게 되고, 우리는 주류사회를 비롯해 타 커뮤니티의 주역이 될 인재들에게 한국음악과 문화를 알릴 채널을 잃게 된다. 뿌리교육에 목말라하는 우리 2세들이 겪게 될 상실감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한국음악과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지상명령은 여기에 있다.
문제는 돈이다. 주 정부의 지원삭감으로 고육책을 내놓은 UCLA를 매정하다고 비난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어떻게든 일정한 기금을 확보해 가을학기 강의를 정상으로 개설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급선무이다.
딱한 사정을 접하고 일일식당을 열어 수익금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한 업주의 선행은 우리의 시름을 덜어준다. 한인들의 작은 정성이 답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음악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기금확보가 관건이다. 여기에 한국정부의 역할이 주목된다.
영사관, 문화원이 이 사안을 국가홍보 사업 차원에서 논의하길 바란다. 책정된 예산이 없다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곤란하다. 세계 속에 한국을 심는 과업은 말로 그쳐서는 소용없다. 경각에 달린 한국음악과의 상황을 본국정부에 알려 긴급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정부가 제대로 할 일 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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