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와 LA를 연결하는 15번 프리웨이는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을 관통한다. 그러나 이 도로는 매년 1,000만대 이상의 승용차가 트럭이 통과하고 날마다 소도시 하나가 이동하는 길이 되고 있다.

주요 이용 차량들은 LA나 남가주에서 라스베가스와 그 인근을 오고가는 차량들이며 특히 연말연시, 휴가철, 연휴 등에는 차량물결이 꼬리를 이을 정도로 대폭 증가한다. 그런 만큼 차량충돌 및 전복사고 등이 끝없이 발생하며 따라서 매일 네바다주나 캘리포니아 뉴스에는 15번 도로의 인명피해 사례가 매일 행사처럼 올라오고 있다.

가족여행, 단체관광의 정코스로 택해진 만큼 한번 사고가 나면 여러 명이 죽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태반이다. 그런 LA-라스베가스 구간 15번 프리웨이지만 놀랍게도 그런 사고를 대비한 시설은 베이커에 단 한군데 간이 소방국(샌버나디노 카운티 소방국 51)이 있을 뿐이다.

카운티는 LA카운티 전체나 또는 로드아일랜드주와 델라웨어주를 합한 것보다 더 넓은 4,000스퀘어마일 지역을 소방관 4명(그것도 평시에는 2명 대기)의 간이 소방국에서 커버하게 하고 있다. 이들의 관할구역에는 I-15번 프리웨이 82마일도 포함되어 있다. 가장 가까운 병원은 베이커에서 무려 90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러면 인가도 없이 계속되는 사막가운데 프리웨이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911 신고를 받은 간이 소방국은 소방관과 패러매딕스를 호출하고 바로 옆에 소재한 베이커 커뮤니티 교도소로 연락, 선발된 죄수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한다.

기껏해야 4명의 소방관과 십여명의 죄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망자 유해를 수습하거나 중경상자들을 사고차량 등에서 안전하게 끌어내어 제대로 눕혀 놓거나 때로는 90마일이나 떨어진 병원으로 실어 가기도 한다. 따라서 수적으로 소방관이나 패러매딕스 요원들보다 훨씬 많고 어려운 구조작업을 도맡아 하는 베이커 교도소의 죄수들은 이제 프리웨이 15번 사고현장의 조연이 아니라 당당한 주역을 맡고 있다.

그러나 무게 3,500파운드의 소방차를 75마일의 최대 속도로 몰아도 부상자들은 사고 후 적어도 1~2시간은 족히 지체한 뒤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된다. 패러매딕스조차도 출동하려면 적어도 한시간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진통제조차도 갖지 못한 소방관들과 죄수 요원들은 고통에 신음하거나 죽어 가는 중상자들 옆에서 애타며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 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소방차나 경찰이 출동하고 헬리콥터가 떠서 중상자 등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는데는 적어도 3~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고규모에 비해 사망자수가 높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1999년이래 베이커 소방국 관할 82마일 구간의 사망자수는 150명이 넘었고 부상자는 수백명이 넘었다. 그같은 사고다발에도 불구하고 샌버나디노카운티는 세수가 전혀 없다는 이유로 간이소방서 하나를 근근히 운영해왔다.

그나마도 지난해에는 베이커 교도소와 이 소방서까지도 운영난을 이유로 폐쇄했다가 6개월만에 비난에 못 이겨 다시 오픈했다. CHP 통계에 따르면 양시설이 폐쇄됐던 6개월(2002년 2~7월) 사이에 이 구간에서의 사망자수가 약 2배로 증가했다.

관계자들은 앞으로 20년간 I-15번이나 I-40번 프리웨이 이용차량은 현재보다 3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그에 대비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