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 & 패밀리 포커스’의 대표 이상숙(45. 뉴저지 오클랜드 거주) 전도사는 탈선 청소년들을 선도하기 위해 매일 매일 동동걸음으로 산다.
가정주부의 몸으로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을 지난 90년부터 즐겁게 해오고 있다. 현재 이씨가 하고 있는 일은 감옥소에 있는 청소년 교화와 이들이 출옥 후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 잘 적응하도록 돕는 일이다.
이씨는 뉴욕주 내 16개 교도소를 드나들며 수감자 그룹지도, 개인면회 상담을 비롯해 이들의 가족면회 절차를 도우면서 교도소 내 폭행, 부당대우 등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교도소 밖에서는 이들과 계속 연락하며 문제를 중재하거나 추방명령을 받은 수감자들을 위해 가족들에게 준비사항을 미리 알려 위기를 벗어나게 하는 일도 맡고 있다.
한마디로 이씨는 한인청소년 수감자들의 대모이자, 이들 가족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해결사다. 그는 누가 봐도 그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적이고 체격도 가냘프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 배경은 바로
영적 체험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이미 30대 때 잘 나가던 비즈니스 우먼이었다. 돈에 대한 어려움도 없이 자신은 뭐든지 하면 다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졌던 인물이었다. 그런 이씨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사업이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하나님에 대한 영적 체험을 하게 되면서 인생의 대 전환을 맞았다.
이씨는 한국에서 부모의 심한 불화 속에 성장하며 자신은 일찍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던 1980년 1.5세인 현재의 남편 이종훈(49. 수퍼마켓 수퍼바이저)씨를 만나 결혼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리고는 비비안(22. 럿커스대 약대), 메리안(21. 럿커스대 간호학), 조엔(16. 오클랜드 고교 11학년) 등 세 딸을 낳고 평범
한 가정주부로 생활했다. 그러나 살다보니 그것만으로는 생활이 잘 안돼 집에 가정부를 두어 아이들을 맡기고 84년부터 비즈니스 전선에 뛰어들었다.
비즈니스에 타고난 소질이 있어 손을 댄 세탁업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장사가 너무 잘돼 당시 그가 소유한 세탁소만도 4개가 됐다. 또한 세탁소를 곳곳에 꾸며 팔아 이미 젊은 나이에 ‘비즈니스로 성공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업이 번창됐다.
그러나 잘나가던 그의 비즈니스는 88~89년 완전히 무너졌다. 미국경기가 대폭 하락, 자신감이 넘쳐 친지들 돈까지 끌어 모아 차린 초대형 세탁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대로 빚더미에 올라 결국 소유하고 있던 집과 건물, 가게, 모든 것을 다 날리고 말았다.
그 때 이씨는 왜 사람이 이혼하고, 타주로 도망가고, 자살하는지 실감했다. 벼랑 끝에 섰을 때 이런 짓을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음을 체험한 것이다. 당시 아이들 나이는 2, 7, 8세. 아무런 부족함이 없이 살다 그런 일을 당하니 너무나 기가 막혀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씨는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직 너무 젊다’ ‘이것이 나의 인생의 끝이 될 수 없다’고 다부지게 마음먹었다. 평소 별 생각없이 지나치던 하나님을 찾아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살려달라"고.
이씨는 지난 7년 동안 교회생활은 했지만 날라리 신자였다. 그냥 교회만 왔다 갔다 했지 실상은 기도 한번 제대로 한 일 없고, 성경 하나 진지하게 읽지 않은 터였다. 누구도 돌볼 사람이 없는 그런 절박한 상태에서 어느 순간 교회에서 들은 목사님의 "크리스챤은 어떤 상황이라도, 죽을 구덩이에도 살 소망이 있고, 살아날 길이 있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이 말이
이씨의 머리를 때렸지만 그 다음 ‘어떻게’ 는 도무지 해답을 찾지 못했다.
전전긍긍하다 기도밖에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던 중 이씨는 해답을 얻었다. "그렇다. 목사님의 말이 맞으면 반드시 살 길이 있고 헤쳐나갈 방도가 있을 것" 이라고.그때까지는 진실한 신자가 아니었지만 이제부터라도 회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나님을 간절히 찾으며 진실에 찬 기도를 처음으로 하게 됐다. 그 기도는 참으로 원시적이었다. 거실
에서 떼굴떼굴 구르며 ‘살려달라’는 기도를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울고 불면서 했다.
당시 상황은 매일 매일 은행에서, 기계 회사에서, 건물주에게서, 법원에서 연달아 고소장, 통고장이 날라들었다. ‘오늘은 또 어떻게 사나’ 눈만 뜨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으면서 하루를 맞곤 헸다. 그런데 갑자기 이 기도가 끝나면서 이상한 체험을 하게 됐다.
말하자면 별안간 그 무겁고 두렵고 짓눌리던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벼워지더라는 것이다. 이 것이 바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령체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이씨는 말한다. 당장 내일이면 집을 내놓고 작은 아파트로 옮겨가야 하는 상황인데도 의외로 마음은 홀가분해지더라는 것이다.
이때부터 이씨에게는 새로운 삶의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성경구절과 기도가 너무 사모되면서 이제까지 자신이 주인되어 내 맘대로 만족하고 기뻐하고 내 행복만 채우고 추구하던 삶의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 인간의 한계를 경험하면서 그걸 통해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 우연히 자신이 소속한 교회 전도사가 한 교인재소자 가족이 아들을 면회하는 걸 돕기 위해 차를 운전해주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옥중 선교를 발벗고 나서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이때 교도소에서 접한 19세의 한 수감자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험상궂은 모습이 아니라 몸집은 황소 만하게 컸지만 얼굴표정이 너무나 부드럽고 순수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저럴 수가...’ 충격을 금치 못하면서 그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그런데 그가 얼마 전에 하나님을 경험했다고 고백하더란다. 그 말을 듣고 이씨는 자신의 입장과 참 많이 비슷해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교도소 안에서 강간당할 위기에 놓였을 때 그 청소년은 하나님께 "살려달라"며 "위기를 모면해주면 하나님이 원하는 대로 살겠다고 했다"는 것. 그 때 마침 교
도관이 보게 돼 그 순간을 극적으로 모면했다. 이때부터 그 아이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날 이씨는 이 아이와 같이 서로가 겪은 체험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때 얻은 답이 ‘우리가 어디서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교도소 밖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마약과 알코홀에 중독돼 살고 있으나 이 아이는 비록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들어갔지만 하나님을 만나 천사가 됐다고 느꼈다. 이처럼 나를 새롭게 살게 해준 하나님께 보여줄 수 잇는 것은 ‘교도소에 있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이라는 삶의 목적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90년부터 시작한 것이 유스& 패밀리 포커스다. 이씨는 이 기관을 통해 "많은 옥중 청소년의 따뜻한 누나, 또는 좋은 친구로서 청소년들에게 삶의 가치관,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주고 한인청소년의 어려운 문제해결을 더욱 전문적, 효과적으로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씨는 문제가 점점 심화되는 한인청소년들의 현실에 대해 그 원인이 "가정이나 사회에 바람직한 롤 모델이 없고 사회 분위기도 건전한 문화가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안일하게 있거나, 조금만 자녀들이 이상해도 지나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녀에 대해 바르게 알고 충분한 대화 속에서 자녀의 생각과 고민, 친구관계 등 그들의 세계를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씨의 꿈은 앞으로 청소년들이 마음껏 자기 표현을 하면서 가슴을 열 수 있는 문화공간과 탈선한 청소년을 위한 치료프로그램이 가능한 시설을 갖는 것이다. 그는 오늘도 목적을 향해 어디에선가 온 전화연락을 받고 분주히 뛰어나간다.
<여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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