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는 오늘날의 지구촌을 방불케 하는 하나의 세계였다. 크고 작은 수많은 도시국가들이 번영을 다투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쌍벽을 이루었다. 특히 민주정치로 유명한 아테네는 경제적, 군사적, 문화적으로 타도시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두주자였다.
페르시아 전쟁 기간 동안 그리스 민족은 아테네를 중심으로 뭉쳐서 페르시아에 대항해 싸웠다. 아테네는 페르시아전쟁을 수행한 델로스 동맹의 명실상부한 맹주였다.그런데 전쟁이 끝난 후 이 동맹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면서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아테네가 동맹국의 동반자가 아닌 지배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동맹의 재정을 아테네가 좌지우지했고 동맹국에 아테네의 화폐를 유통시키고 자치권을 제약했다. 그러나 동맹국은 동맹에서 탈퇴할 규정 조차 없는 데다가 탈퇴할 경우 반역으로 낙인찍혀 아테네군의 점령 하에 탄압을 받았다.이런 상황에서 아테네에 반감을 가진 도시국가가 증가했고 아테네와 자웅을 겨루던 스파르타가 이들을 펠로폰네소스 동맹으로 끌어들여 전쟁을 개시하니 이것이 유명한 펠로폰네소스전쟁이다.
27년간의 전쟁에서 아테네는 괴질과 패전으로 스파르타에 항복, 스파르타를 맹주로 삼아 스파르타군의 지휘는 받게 됨으로써 화려했던 아테네 시대는 막을 내렸다.
고대 세계인 그리스에서 아테네의 패망을 초래한 것은 제국주의 때문이었다. 제국주의란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그 지배권을 다른 나라의 영토로 확대시켜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려는 주의로 산업혁명 후 자본주의의 완성과 함께 나타난 개념이다.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후진국을 침략하여 식민지화 하는데 열을 올렸다. 17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동안 영국과 프랑스에 이어 독일, 일본, 미국등이 제국주의 대열에 뛰어들었다.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제국주의란 말은 없었지만 아테네는 근대 선진국들과 흡사한 제국주의 국가로 군림했던 것 같다.
제국주의 국가간의 대립은 세계 1차대전과 2차대전을 초래했다. 미국은 이 두 차례 대전 후 제국주의를 청산하는 새 질서를 수립하는데 앞장 섰다. 그 결과 2차대전 후 한국을 포함하여 수많은 신생독립국이 탄생했다. 이 새로운 시대에 미국은 세계의 새로운 패자로 등장하여 세계 질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미국제국주의’ 논쟁이 미국 내에서 가열되고 있다고 한다. 진보주의자들이 미국의 제국주의 경향을 비판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이제는 일부 골수 보수주의자들까지 미국의 제국주의화를 경계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동서냉전시대에 구소련의 견제를 받았던 미국은 공산권의 붕괴로 인해 세계 초강국이 되었다. 이러한 초강국화가 미국을 제국주
의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9.11 테러는 미국을 제국주의로 보는 세력이 저지른 행위이다. 대테러 전쟁의 일환으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때 전세계에 급속히 확산된 반미주의도 미국의 제국주의화에 대한 경계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국주의는 막강한 힘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보다 더 큰 반발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고립에 빠지게 된다.
북한이 미국을 제국주의자로 몰아부치는 것도 그런 고립책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므로 미국이 제국주의화 해서는 결코 안된다. 그것은 테러를 자행하거나 방조하는 악성국가와 타협을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대테러 전쟁은 강력히 수행하되 이 테러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더욱 더 제국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이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국제경찰의 역할을 한다고 해도 다른 나라로부터 일방주의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미국은 민주주의와 평화주의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들과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테러와의 전쟁은 21세기의 세계, 특히 미국이 당면한 과제이다. 이제부터 미국은 지금까지 대테러 전쟁에서 나타난 반미주의 경향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강구하여 제국주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리하여 테러와의 전쟁에서 성공하고 고대 아테네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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