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혼탁하다. 질서가 없고 어지럽다 보니 귀중한 생명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한다. 생사람을 죽이거나 해꼬지 하는 사람이 늘어나질 않나 갈수록 세상이 복잡하고 어수선하다. 당장 한국만 보더라도 눈만 뜨면 사건의 연속이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미국에서도 죽고 죽이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생활은 자연 황폐해지고, 삶에 대한 가치관도 갈수록 퇴색돼 가고 있다..
자살이나 타살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며 힘겹게 살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삶에 대한 희망이나 비전은 다 어디 가고 모두들 주저앉아 버린 것인가. 그래선지 도덕이고 질서고 뭐고 다 팽개치고 아무렇게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단지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챙기며 미래가 없는 삶을 이어간다. 하루살이
인생으로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닌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요즈음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너무 살기가 힘들고, 갈수록 사는 것이 불안하고 두렵다고 말한다.현대사회, 특히 도심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태에 대해 미국에서 사회문제 제1위로 꼽는 것이 불안과 두려움이라고 한다. 왜 그런가.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처럼 상대방을 잘못 믿었다가 사기나 농간을 당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누구보다 신뢰했던 가족이나 친구, 친했던 주위 사람으로부터 당하는 예도 비일비재하다. 동업이나 계를 같이 했다가 깨지는 것은 물론, 믿고 빌려준 돈을 뜯기는 일들은 이제 먼 곳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간의 마음을 빼앗는 일이다. 굳게 믿고 있는 친구나 사랑하는 가족, 애인을 배신하거나 은혜를 화로 갚는 행위는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예를 들면 얼마 전 동포사회에서 일어났던 한인 남성의 동거녀 분신동반 자살사건에 드리워진 배경이나, 한국에서 지난달 발생했던 한 철도역원의 아름다운 살신성인 후 드러난 부도덕한 한 아이 어머니의 검은 마음이 그렇다.
주인공인 철도역원은 열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구하면서 자신은 다리가 잘리는 부상을 당했다. 그런데도 자식의 목숨을 건진 아이의 어머니는 자기 자식을 데리고 현장에서 사라진 후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거야말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이 아닌가. 얼굴은 사람의 탈을 썼으나 마음은 짐승의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10년, 20년 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상당
수의 한인들은 같은 동족끼리도 가깝게 지내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데서 비롯됐다.
이유는 본인이 불안하기 때문에 그렇고, 불안한 사회 속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못 믿고 자연히 불신에 빠지게 되어 있다. 그러니 “내 아이만 살리면 된다” 하고 ‘나 몰라라’ 도망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 혈육만 안전하면 됐다 하는 생각이 싹트면서 아무런 죄책감이나 부담감도 없이 자리를 피한 것이다. 이는 미국 뿐 아니라 현대사회, 특히 도심사회가 가져온
하나의 큰 병폐이다.
인간 본연의 양심이라고 하는 것은 다 어디로 갔는가. 양심이란 남은 속여도 자기 자신은 속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의 어머니에게는 양심이라는 것조차도 없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은 말이 인간이지 개, 돼지처럼 동물과 다를 것이 뭐 있는가. 그는 평생을 자기 양심 속에 남아있는 죄를 간직하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 보라.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런데도 현대인에게서 양심은 점점 실종돼 가고 있다.
인간의 양심과 관련, 언제인가 미국에서도 큰 사건이 일어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애인 때문에 아이들 셋을 모두 자동차로 물에 빠뜨려 죽게 해 놓고 울고불고 하며 “내 아이들을 찾자”고 언론에 호소하며 무사귀환 리번을 달고 돌아다닌 아이 어머니의 사건이다. 그녀는 결국 수사망에 걸려 현재 수감 중이다. 정말 얼마나 무서운 사건인가. 인간의 양심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사회는 점점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인에게 꿈과 비전이 살아나지 않는 한 이런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누가 누구를 믿으랴. 그러나 세상에는 아직도 철도역원같이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세상을 탓하기 이전에 나 하나만이라도 바른 양심으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떳떳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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