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생일잔치에서 폭탄이 터진 이스라엘 테러소식이 전해지고 곧 이어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반격을 가해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렸다. ‘복수의 원리’를 너무나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소식에 이제는 짜증이 날 정도다. 왜 이토록 복수심은 사람들의 육신과 영혼을 통째로 휘어잡는 것일까.
복수심은 앙갚음하고 싶은 욕망이다. 상처받은 만큼 갚아 주고 싶은 불타는 욕망이다. 그러나 복수의 딜레마는 복수를 통해서는 결코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는데 있다. 양편이 절대로 동점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복수의 원리에 따라 사이클을 반복하다보면 결국 양쪽 다 이 빠지고 눈 빠진 병신이 되고 만다.
‘복수의 원리’ 정 반대편에는 ‘용서의 원리’가 있다.
지난 1987년 개신교도들이 살고 있는 벨패스트의 작은 마을에서 가톨릭 과격 단체인 IRA의 폭탄 테러로 인해 11명이 숨지고 63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든 월슨은 이 테러 사건으로 인해 20살난 아리따운 딸을 잃고 자신도 다리를 절단 당하는 중상을 입었다. 병원을 찾아간 BBC 방송기자에게 월슨은 침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딸을 읽었지만 원한은 없다. 상대를 보복한다고 내 딸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 것이고, 내 다리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할 것이다. 저들을 용서해 달라고…"
이 방송이 나간 후 모든 언론은 월슨의 고백을 듣고 "온 세계가 울었다"는 표현으로 보도했다. ‘용서의 원리’는 엄청난 감동과 그로 인한 변화를 가져오는 힘이 있다. 월슨의 이같은 고백으로 개신교 강경파들의 보복주장은 수그러지고, 퇴원후 월슨은 개신교와 가톨릭간의 해 묶은 복수심을 풀기 위해 화해의 운동을 펼쳤다. 1995년 그가 죽자 아일랜드와 북 아일랜드, 그리고 전 영국이 3세기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평범한 그리스도인이며, 보복 테러의 피해자였던 고든 월슨에게 깊은 예우를 표했다.
그것은 용서의 놀라운 힘이었다. 복수는 파괴를 향해 질주하지만 용서는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9.11사태이후 우리의 주변에는 복수의 원리가 너무도 팽배해있는 것 같다. 테러범들에 대한 분노는 내 이웃으로 그 동안 잘 지내던 모든 아랍계 사람들을 ‘그날 이후’ 테러범처럼 대접하는 보복의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 다 태우기 식인 아프간 전쟁으로 인해 많은 아프간 양민들이 고통받고 있으며, 또한 미국은 빈 라딘을 잡기 위해 엄청난 전쟁비용을 오늘까지 쏟아 부으며 인명을 희생시키고 있다. 특별한 돌파구나 명분을 빨리 찾지 못하고 이런 전쟁상황이 계속된다면 미국이 이 빠지고 눈 빠지는 날도 그리 멀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용서의 원리를 실제 상황에 적용시키기란 마음내키는 대로 복수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 하지만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은 지금 나를 불태우는 복수의 욕망을 보복을 통해 채우기보다는 다가오는 미래속에 판단을 맡기고 지금은 용서의 원리를 선택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진정한 힘이기 때문이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후 남부군 장군들을 모조리 보복 처형하자는 북부군 강경파의 주장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가장 효과적으로 적을 처형하는 방법은 용서를 통해 적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백승환 은혜한인교회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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