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을 맞이한 기쁨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또 하나의 매듭이 묶어지고 있는 세모이다. 올해는 태평성대가 아닌, ‘테러와의 전쟁’, 엄청난 격변의 와중 속에서 인간 수난시대를 맞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휘말린채 한해를 보내게 된다.
세상사 어느 것 하나 차분히 안정된 것이 없기에 여민 옷깃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우리를 더욱 움추리게 한다. 본능적으로 따뜻한 가슴이 그리워지며 사람이 생각나는 세모이다.
이러한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예년과 다름없이 학교마다 동창회 송년모임의 소식은 자연스런 연중 행사가 되어 동문들을 부른다. 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누구나 동창생이 있고 동창회에 속해 있다. 중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몇개 동창모임에 가느라고 요즈음 같은 연말에는 스케줄이 바쁜 사람들이 많다.
살아가면서 이런 동창들의 만남이 없다면 무슨 사는 재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즐거운 동창 모임이 때로는 욕설이 난무하고 중상모략이 횡행하는 싸움판으로 돌변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고 한다. 또 ‘나는 인물입네’ 하며 우쭐대고 VIP 행세하는 사람의 공연한 위세에 심한 역겨움을 느끼기도 한다.
대부분의 동창회는 총회를 겸한 망년회라 임원 개선이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것도 감투라고 회장 자리 놓고 마치 정치판 선거라도 하는 열기가 감도는 모임도 없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몇몇 사람에게 해당된 이야기겠지만 참석한 동창들의 주름진 얼굴들은 잠시 나마도 활짝 피지 못하고 벌레 씹은 얼굴이 되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모처럼 해후에 찬물 끼얹고 술맛까지 달아나게 하며 분위기를 잡쳐 놓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함께 가는 길목에서 만난 얼굴들, 눈길 손길들은 정녕 남이 아님을 느꼈었는데 돌아가는 길이 씁쓸할 수가 없다.
동창회 회장이 되는 여건은 사실 쉽지만은 않다. 우선 재력이 있어야 하고, 또 돈을 쓸 수 있는 마음의 아량이 있어야 한다. 동창회 회비만으로 동창회가 유지되긴 힘들기 때문이다. 또 회장은 기동력이 있어야 하고 명색이 대표라 누구 앞에 내세워도 큰 하자 없는 인물이어야 한다.
또 동창들의 친목을 위해 회원들의 경조사에도 헌신적으로 뛰어다닐 수 있는 시간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마는, 너도 인물, 나도 인물, 인물이 많은 세상이다 보니 해서 안 될 사람이 기를 쓰고 하겠다고 나서고 해야 할 사람은 죽어도 못하겠다고 하니 이것이 동창회장 자리가 갖는 문제인 것이다.
동창생! 이름만 들어도 보고 싶고 함께 공유할 추억거리가 많은 정겨운 친구들이 아닌가? 동창회 가는 날은 학창 시절의 추억 속으로 달려가는 날이다. 그 만남의 감동을 위해선 과장이나 과시, 오만과 편견, 세상에 때묻은 추한 마음은 다 떨쳐 내고 나서야 한다.
옛날의 입었던 교복으로 갈아 입고 순수한 마음으로 가야한다. 동창회, 그곳에는 사랑이, 추억이 있는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이 풍진 이민생활 속에서 고단한 영혼들이 순수한 모습으로 만나 위로하고 격려하며 아껴야 하는 곳이다. 타산보다 정으로 얽힌 모임이 되어야 한다. 그 동창 모임에 즐겁고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는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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