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에 시작되는 아침 생방송이 이제 15년째, 자명종이 없어도 새벽 4시면 정확하게 눈을 뜬다. 늦게 잠이 들 때는 아예 불을 켜놓고 잠을 청한다. 혹시라도 달게 잘까 봐.
생각해보면 늘 고3 수험생 같은 긴장의 연속이다.
어느 직업인들 힘든 점이 없겠냐마는 나처럼 방송 일을 하는 사람들의 힘든 점이란 첫째, 생방송이기 때문에 일년 열두 달 칼 처럼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것. 둘째, 속으로 아무리 불이나고 마음이 침체되더라도 웃어야 한다는 것(그러니 기생 팔자나 다름없다), 셋째, 월급을 받는 게 아닌 프리랜서일 경우 언제 어떻게 잘릴 지 모르는 불안감 등등이다.
즉, 월 소득으로 따지면 여타 봉급자들에 비해 높은 게 사실이지만 봄철이나 가을철 개편에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날로 ‘화백’(화려한 백수)의 신세가 되어야 한다. 또 보너스나 퇴직금이 전혀 없으니 평소에 수입이 끊어질 때를 대비해야 되는 측면도 있다.
하긴 요즘은 대기업이든 은행이든 철통 밥그릇은 드물어진 것 같다. 소위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언제든 아웃 될 수 있는 게 최근 샐러리맨들의 서글픈 상황이니까. 미국 테러 사고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타격을 받는 곳이 늘고 있다. 문을닫는 여행 업체가 많아지고 있고 항공사 호텔 등도 울상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힘든 것 투성이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설마 죽기야 하겠느냐고.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허덕허덕 힘겹게 자기 십자가를 등에 지고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나는 항상 훨씬 더 어려운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을 상기한다. <병원 24시>라는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기가 막힌 사연들, 화면에 비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참상, 서울역 같은 곳에서 흔히 볼수 있는 홈리스 노인들… 안타깝고 불쌍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 삶에감사하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우울증에 빠져 있을 때 나는 절대로 잘난(?) 사람들의 성공기를 읽지 않는다. 반대로 유난히도 척박했던 사람들의극복기를 읽으며 힘과 용기를 얻고는 한다.
책을 읽는 것 외에 침체기를 탈출하는 나의 비결 중 하나는 상황에 맞게 욕구를 하향조정하는 방법이다. 주변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욕망을 줄여 적응하는데, 나는 그것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노하우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재 인생의 폭풍우를 경험중인 분들이라면 그 비바람 뒤에 나타날 밝은 태양을 기다리며 부디 슬기롭게 헤쳐 나오시기를……
비행기 탈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지상에는 비바람이 쳐도 고도를 높게 하면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이 기다리고 있을 때가 많다. 문득 비틀즈의 노래 ‘Long & Winding Road’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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