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16세 미만 아동의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비판자들에게는 다소 거칠고 무식한 방식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워싱턴 DC의 일부 선출직 지도자들이 하고 있는 일, 즉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이번 금지 조치는 소셜미디어에서 괴롭힘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14세 소년 올리 휴즈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 아이들의 관심을 최대한 오래 붙잡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은 점점 더 유해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그의 피드를 채웠다. 신체 비하 영상과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들이 쏟아졌고, 올리의 체중은 급격히 감소했다.
그는 202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거식증 진단을 받았고, 2024년 1월9일 생을 마감했다. 그의 어머니 미아 배니스터는 이후 호주 의회에서 증언하며 행동에 나섰다.
미아의 싸움은 같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많은 미국 부모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바이트댄스, 구글, 메타, 스냅과 같은 기업들을 상대로 수백 건의 개인 상해 소송이 하나로 병합됐다. 대부분은 중독, 불안, 섭식 장애를 겪었거나 자살을 시도했거나 사망한 아동들을 대신해 제기된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구들과 주 법무장관들이 제기한 소송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10년간 가장 중요한 대규모 집단 소송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사건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와중에도 빅테크 기업들은 선거 자금과 의회 위원회에 수백만 달러를 계속 쏟아 붓고 있다. 반면 해결책을 고민하는 입법자들은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과 산업 혁신에 미칠 영향을 두고 논쟁만 벌이고 있다. 조사기관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최대 로비 지출 기업은 약 2,000만 달러에 육박한 메타와 약 1,200만 달러를 지출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다.
기술 재벌들을 빈곤으로 내몰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을 보호할 방법은 분명 있을 것이다. 수많은 과학적 연구는 소셜미디어, 휴대전화, 비디오 게임이 아동기의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 정신 건강상의 결과는 낮은 자존감과 우울증에서부터 자해와 자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난 6월 미 의학협회지에 실린 한 연구는 4년간 4,000명 이상의 아동을 추적 조사했으며, 중독적인 소셜미디어와 휴대전화 사용이 자살 충동 위험 증가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연방하원 소위원회는 사이버 괴롭힘, 성적 행동, 마약, 자살을 부추길 수 있는 중독성 알고리즘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묻는 ‘돌봄 의무’ 조항을 아동 온라인 안전법 초안에서 삭제했다. 해당 법안은 2024년 7월 연방상원에서 91대 3이라는 압도적인 표 차로 통과된 바 있다.
모린 몰락의 아들 데이빗은 2016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극심한 사이버 괴롭힘을 당한 끝에 16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린은 이번이 16번째로 워싱턴 DC를 찾아 입법자들에게 데이빗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냥과 낚시를 좋아하던 이글 스카우트였던 데이빗은 부상 회복 중 온라인 게임에 빠지면서 중독되었다. 한 학급 친구가 온라인에 모욕적인 글을 올리자, 순식간에 집단 괴롭힘이 형성됐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데이빗이 알지도 못하는 수백 명이 몰려들어 그를 원숭이 같다고 조롱하고 관 속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공격이 큰 상처를 주었음에도 데이빗은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자기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중독되어 있었어요.”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학교를 옮긴 뒤에도 괴롭힘은 계속됐다. 결국 데이빗은 죽음 속에서 피난처를 찾았다.
뒷마당에서 숨진 아들을 발견한 이후, 모린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텍사스와 워싱턴 DC에서 끈질기게 추진해 왔다. 스스로를 보수적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그녀는 의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그들이 하는 일은 제 가치관과 맞지 않습니다.” 그녀는 입법 부작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녀와 다른 부모들은 의회가 연말 휴회에 들어가기 전에 마이크 존슨 연방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을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성과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것도 없다. 대신 그는 목요일, 인공지능에 대한 주 차원의 규제를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술 업계에는 크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한편, 의회에는 매우 중요하고 대중적 지지도 높은 일을 할 기회가 있다. 퓨리서치센터는 10월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81%가 18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계정 개설에 부모 동의를 의무화하는 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가족온라인안전연구소의 설문에 따르면, 58%는 호주식 금지 조치를 지지한다.
이 같은 여론을 감안하면, 민주당이 지지하는 온라인 안전 법안에 대통령의 서명을 받기 위해 공화당이 떼를 지어 백악관으로 달려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만약 조속히 행동하지 않는다면, 내년 가을 부모들이 투표장으로 향할 때 연방하원 공화당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보다 더 비극적인 것은, 그들의 ‘돌봄 의무’ 방기로 인해 더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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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파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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