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국정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오르고 있고, 기업 투자도 늘었으며, 일자리도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일부 지표는 분명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통계가 아니라 체감이다. 과연 일반 가정이 그 ‘호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많은 가정이 여전히 장을 보러 가면 가격표부터 확인한다. 식료품 가격은 팬데믹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았고, 자동차 보험료와 주택 보험료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월세 부담도 여전하다. 임금이 올랐다는 발표는 있지만, 생활비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산층과 서민층의 솔직한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 최고의 경제”라는 표현은 많은 이들에게 현실과 거리가 있는 말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경제는 차트와 그래프로 설명되지만, 삶은 매달 나가는 고정지출로 판단된다. 월스트리트가 웃는다고 해서 메인스트리트가 자동으로 웃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영업 비중이 높은 한인 사회는 더욱 그렇다. 임대료와 인건비, 원자재 가격은 올라 있는데 소비는 예전 같지 않다. 매출은 늘지 않는데 비용은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버티고 있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 확대 정책이 다시 추진된다면 물가에 추가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세는 외국 기업이 아니라 결국 미국 내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한다. 경제가 정말 강하다면, 그 강함이 통계가 아니라 가정의 재정 여유로 나타나야 한다.
이번 국정연설과 함께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밝힌 Safeguard American Voter Eligibility Act, 이른바 SAVE Act다. 유권자 자격 확인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우편투표를 크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편투표는 직장인, 자영업자, 시니어, 그리고 육아 중인 가정에 중요한 제도다. 특히 한인 커뮤니티를 포함한 아시아계 유권자들은 우편투표 참여 비율이 높은 편이다. 언어적 부담이나 시간적 제약을 고려하면, 우편투표는 참여 장벽을 낮춰주는 현실적인 옵션이다.
만약 우편투표가 사실상 제한되거나 대폭 축소된다면, 그 영향은 단순한 행정 변화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우편투표의 축소는 결국 소수계 유권자들의 참여 기회를 좁히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대표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여러 제약을 안고 있는 커뮤니티에게는 참여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선거의 공정성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공정성과 접근성은 동시에 지켜져야 한다. 투표 제도를 강화한다는 명분이 결과적으로 합법적 유권자의 참여를 어렵게 만든다면, 우리는 그 균형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국정연설은 단순한 정책 발표가 아니다. 그것은 나라의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다. 이번 연설은 분명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지만, 많은 국민에게는 여전히 경제적 부담과 제도적 불안이 남아 있다.
경제가 진정으로 호황이라면 그 혜택은 폭넓게 공유되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건강하다면 참여의 문은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넓어져야 한다. 강한 미국은 구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안정감과 신뢰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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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강 전 한인민주당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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