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한 건축업자가 공사대금을 받으러 갔다가 입이 딱 벌어졌다. 집주인이 상당한 액수의 대금을 현찰로 지불해 돈이 한뭉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자영업자인 이 집주인에게는 몇년째 습관처럼 지켜오는 철칙(?)이 하나 있었다. 매일 그날 매상중 100달러짜리 지폐 한장을 군대용 야전백에 집어넣는 것. 야전백이 팽팽하도록 가득 돈을 모으는 것이 목표였다.
한인들이 현금 좋아하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일이다. 현금이 곁에 있어야 든든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당장 지갑을 열어봐도 미국인 친구들은 기껏 20달러짜리 한두장이 고작인데 한인들 중에는 쓸돈을 모두 현금으로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현찰로 가지고 있어야 ‘내 돈’ 같아 미더운 현금선호 성향이 심리적 배경인데 똑같은 이유로 집에 거액의 현금을 소지하는 한인들도 꽤 있다. 아울러 금융기관을 못 믿는다거나, 비즈니스상 현금이 급하게 자주 필요한 경우, 그리고 세금보고때 매상을 줄이느라 돈을 은행 아닌 집으로 가지고 오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현금을 집에 보관하다 보니 가장 큰 고민은 ‘어디다 보관하느냐’이다. 카펫 밑, 매트레스 밑, 냉장고 속…은 이제 도둑들도 제일 먼저 뒤지는 곳이라서 숨겼다고 할 수도 없고, 정원 모퉁이에 땅을 파고 금고를 묻는다는 사람, 차고의 시멘트를 뜯어내 구멍을 파고 돈주머니를 감춰두었다는 사람도 있다.
이민초기 햄버거가게를 운영하던 한 부부는 현찰 숨기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를 발견하고 좋아했다. 가게벽에 구멍을 내서 벽 사이에 매상중 얼마씩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벽속의 금고’이니 얼마나 안전할 것인가. 실제로 그 벽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사람만 도둑은 아니었다. 지금쯤 목돈이 모였으려니 하고 벽을 뜯어본 순간 부부는 기절을 했다. 햄버거의 고소한 냄새가 밴 지폐를 쥐들이 다 갉아먹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한인들중 집에 거액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알수없다. 비율로 따져서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인들에게서 나는 ‘고소한 돈 냄새’이다.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한인들은 현금을 많이 소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너무 퍼져있다.
지난주말 몬트레이 팍에서 발생한 강도사건도 현금을 노린 사건이었다. 강도들이 집안을 뒤져 현금을 못찾자 라면까지 끓여 먹으며 주인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집주인이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니 집안 어딘가에 분명 현금이 있으리라는 계산하에 범행을 한것으로 보인다. 한인 집에 한인 강도가 총까지 들고 들어오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고소한 냄새 나는 곳에 파리가 모인다.‘집안의 현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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