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과 만나도 본척 만척
▶ 인사 인색한 부모들 불만
미국생활 15년이 된 최한나(22)씨는 부모가 이웃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반갑고 편하게 건네는 모습을 본 적이 사실상 거의 없다고 울상 짓는다.
한 곳에 산지도 벌써 8년이 됐지만 타인종 이웃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무뚝뚝하게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피하려는 아버지도, 이웃주민이 영어로 뭐라도 물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우물쭈물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영 마뜩찮다.
그나마 자신이 부모를 대동한 자리라면 대신 인사를 건네고 짧은 대화라도 주고받으며 교류를 나누겠지만 문제는 부모가 각자 또는 두 분만 이웃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어색한 분위기를 피할 수 없다고. 워낙 오랜 세월을 그리 지내다보니 이제 이웃들은 최씨 부모와 만나도 그다지 아는 척 하려고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자신들을 피하려 애쓰는 최씨 부모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웃
들도 있다. 최씨는 “가벼운 인사쯤이야 영어로 할 수 있겠지만 그 뒤에 이어갈 영어대화에 자신 없어하다 보니 아예 철판을 깔고 다니시던 것이 고착화된 듯하다”며 한숨짓는다.
자칫 이웃들이 부모를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워 성탄절이나 새해가 되면 맛난 쿠키라도 구워 이웃과 나누며 부모를 대신해 이웃과의 간격 좁히기에 부산을 떨어야 할 지경이다. 최씨의 불만은 사실 이뿐이 아니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안부인사는 고사하고 엘리베이터 문이나 현관문을 대신 열어주거나 먼저 가라고 양보할 때 또는 앞서 나가야 할 때에도 감사
하다거나 실례한다는 기본적인 인사조차 하지 못하는 부모의 태도다. 멋쩍어서 살짝 웃으면 그나마 다행이다.유독 권위적인 아버지는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상관없다. 여긴 미국이고 개성대로 사는 거다’며 합리화시켜 딱 잘라 말하지만 아무리 미국에 오래 살았어도 미국생활의 정서를 모른 채 살아간다면 말짱 도루묵 아니냐는 것이 최씨의 항변이다.
이민 1세들의 인사성 부족은 최씨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조지아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좋은 이웃되기 운동본부’는 매년 두 차례씩 ‘이웃과의 교제의 날’을 지정해 타인종 주민과 한인들의 교류를 넓히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데 노력해오고 있다. 이 운동은 미국에 살면서 미국사회와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인 이민자들에게 주류사회와 교류를 나누고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실시되고 있다. 2000년 5월 조지아에서 처음 선보인 뒤 전국적으로 확산돼 뉴욕에서는 후러싱제일감리교회 지역사회 봉사팀, 박연환 관장이 이끄는 태권도사범팀 등이 동참한 바 있지만 아직은 참여율이 미비한 수준이다. ▲제보: ktnyedit@gmail.com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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