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연구팀 과학적 분석
▶ ‘니어 미스’도 도파민 나와
라스베가스나 남가주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돌려본 한인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아, 거의 맞았네. 한 칸만 더 내려왔으면 잭팟인데…”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바로 이 ‘거의 당첨된 것 같은 느낌’, 이른바 ‘니어 미스(near-miss)’가 사람을 슬롯머신 앞에 오래 붙잡아 두는 핵심 장치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호주 찰스스터트 대학 리 그랜트 박사 연구팀은 슬롯머신을 하는 동안 사람의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했다. 슬롯 화면에서 두 개의 그림이 맞고, 세 번째 그림이 살짝 어긋나는 ‘아깝게 빗나간 장면’이 나올 때, 플레이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어긋난 그림에 오래 머물렀다. 이 장면이 뇌에 “다음엔 될 수도 있다”는 거짓 희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부터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짧은 훈련을 통해 니어 미스를 ‘거의 이긴 것’이 아니라 ‘명백한 패배’로 인식하도록 가르쳤다. 그 결과, 같은 장면이 나와도 참가자들의 눈은 더 이상 그 그림을 집요하게 쫓지 않았다. 시선이 빨리 떨어졌고, 집중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즉, 니어 미스의 의미를 어떻게 배우느냐에 따라 뇌와 눈의 반응이 달라진 것이다.
슬롯머신은 실제로 돈을 딴 순간뿐 아니라, 거의 맞은 순간에도 도파민이라는 뇌 화학물질을 자극한다. 이 때문에 손실임을 알면서도 다시 버튼을 누르게 된다. 카지노가 이 ‘아슬아슬한 패턴’을 의도적으로 많이 배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구진은 “니어 미스를 ‘손실’로 재정의하는 간단한 훈련만으로도 시각적 끌림을 줄일 수 있다”며, 향후 도박 예방 프로그램이나 책임 도박 교육에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 연구는 실험실 환경에서, 실제 돈이 아닌 가상 크레딧으로 진행됐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최소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슬롯머신 앞에서 “거의 됐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 그건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게 아니라, 뇌가 속고 있는 순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저널 오브 갬블링 스터디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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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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