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봄은 여인을 부르는가
“봄바람에 처녀 마음 설렌다.” 오래된 속담 하나가 수천 년의 진실을 담고 있다. 봄은 단순한 계절의 교체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선언이다. 새로운 생명,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시작의 선언. 그리고 인류는 오래전부터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 선언이 여인의 본성과 가장 깊이 공명한다는 것을.
동서양을 막론하고 봄과 여인을 잇는 언어의 향연은 끝이 없다.
한국의 속담은 직관적이다. “봄처녀 가슴속엔 무지개가 핀다” 논리로는 설명 안 되는 그 두근거림을 이미 우리 선조들은 알았다. “봄비 맞은 새색시 볼처럼 발그레하다” 봄과 여인의 생기를 동일선상에 놓는다.
봄을 주제로 한 노래 중 여인의 감성을 빗대지 않은 것을 찾기가 오히려 어렵다. 이 현상의 뿌리는 어디인가.
봄이 오면 일조량이 늘어난다. 이 빛의 변화는 뇌의 송과선(pineal gland)을 자극해 멜라토닌 분비를 줄이고, 세로토닌과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 이 ‘행복 호르몬’들의 상승은 감정의 민감도, 사회적 유대감, 설렘의 감각을 높이는데 흥미롭게도 여성은 남성보다 이 호르몬 변화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다.
에스트로겐은(여성 호르몬) 일조량 증가와 함께 분비가 활성화된다. 에스트로겐은 단순한 성호르몬이 아니다. 그것은 감각 예민도, 언어 능력, 공감 능력, 심지어 기억력까지 향상시키는 ‘각성의 호르몬’이다.
봄이 되면 여성의 감각은 말 그대로 더 선명해진다.
왜 봄은 여인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가. 설렘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감각이다. 확정되지 않은 가능성이 가슴 안에서 진동하는 것.
봄은 완성된 계절이 아니다. 아직 뜨겁지 않고, 아직 무성하지 않고, 아직 결실이 없다. 하지만 바로 그 미완(未完) 때문에 아름답다. 꽃이 지기 때문에 벚꽃이 아름답듯, 봄은 여름이 되기 직전이기 때문에 설렌다.
여인의 감성은 이 미완의 아름다움을 남성보다 예민하게 포착한다. 이것은 신경과학적 사실이기도 하다 - 여성의 뇌는 감정과 인지를 연결하는 신경망이 더 촘촘하게 발달해 있어, 불확정적 상황에서 더 풍부한 감정 반응을 생성한다. 봄의 불확정성 오늘은 따뜻했다가 내일은 비가 오는, 꽃이 피었다가 바람에 지는 이 변화무쌍함이 여인의 감성과 정확히 같은 주파수로 울린다.
그래서 봄날 여인의 마음은 설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더 강렬하게 느끼는 것이다.
봄의 설렘이 어떻게 세상을 만들었는가. 이 감성이 단순한 낭만으로 끝났다면, 봄과 여인의 이야기는 시집 한 권으로 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봄의 설렘 새로운 시작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은 여성들이 역사를 만들어온 내적 동력이기도 했다.
창조성의 원천으로서의 봄 감수성. 봄을 가장 아름답게 포착한 예술가들 중 많은 이가 여성이다. 여인들이 봄을 통해 억압된 내면을 표현하고, 그것이 인류의 문화 유산이 되었다.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 봄의 미세한 변화 바람의 온도, 새소리의 변화, 땅의 냄새 를 감지하는 예민함은 사회 변화의 필요를 먼저 느끼는 능력과 같다. 역사 속 수많은 사회 개혁의 씨앗을 먼저 품은 것은 이 감수성을 가진 여성들이었다.
생성(生成)의 철학. 봄이 완성이 아닌 시작을 사랑하듯, 여성성의 지혜는 종종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긴다. 아이를 키우는 것, 공동체를 돌보는 것, 관계를 가꾸는 것 이것들은 봄의 철학 그대로다.
지금 당장 꽃이 피지 않아도, 씨앗을 심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 이 지혜가 없었다면 인류는 훨씬 더 황폐한 세계에 살고 있었을 것이다.
봄은 해마다 온다. 그리고 여인은 해마다 새로 시작한다. 이 반복이 지치지 않는 한, 세상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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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조선족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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