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실에서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여기 충치가 있어서 치료가 필요합니다”라는 설명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아픈 곳도 없고 씹는 데 불편함도 없는데 갑자기 치료 이야기를 들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치과를 바꾸면 진단이 달라지는 경우다. 어떤 곳에서는 당장 치료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지켜봐도 된다고 말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초기 충치를 너무 서둘러 치료할 경우, 충치보다 훨씬 많은 건강한 치아를 깎게 되는 상황이 적지 않다. 드릴이 들어간 치아는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으며, 그 순간부터 평생 수복 치료의 사이클에 들어가게 된다. 레진, 인레이, 크라운, 경우에 따라 신경치료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 번 시작된 치료는 끝이 아니라 관리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관점은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다. 미국치과협회(AD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겉이 뚫리지 않은 비공동성 초기 충치는 즉각적인 삭제 치료의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불소를 이용한 재광화, 구강 위생 관리, 정기적인 관찰이 우선적으로 권장된다. 실제로 일부 초기 충치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진행되지 않거나 정지된 상태로 유지되기도 한다.
환자들이 특히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씹는 면 홈에 보이는 검은 선이다. 그러나 기구로 긁었을 때 걸리지 않고, 부스러기가 나오지 않으며, 엑스레이에서도 내부 진행이 보이지 않는다면 단순한 착색일 가능성이 크다. 색깔만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이 지점이 치과마다 설명과 견적이 달라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치아는 바깥의 단단한 법랑질과 그 안의 상아질, 그리고 신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충치가 법랑질에만 머무를 경우 대부분 진행하지 않으며, 불소와 시간에 의해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도 있다. 반면 상아질로 들어가면 입구는 작아도 내부가 크게 썩는 구조가 되어 치료 필요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충치 판단에는 나이와 위치도 중요하다. 성장기에는 진행 속도가 빠르지만, 성인 이후에는 현저히 느려진다. 또한 씹는 면 충치보다 치아 옆면 충치가 신경과 가까워 예후가 나쁜 경우가 많다.
충치는 보인다고 무조건 깎아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색깔이 아니라 검사 결과와 종합적인 판단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치과 치료의 목적은 치료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치아를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데 있다. 불필요한 치료는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점이 치과 진료를 바라보는 기준이 되기를 바란다. 문의 (571)655-0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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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현 원데이치과 원장 치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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