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은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한 정부와 대통령의 ‘의무’다. 대북정책은 정부와 대통령이 바로 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국제정세, 북한의 대남정책,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드는 설계도다.
먼저, 국민주권 정부는 출범 직후에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목표로 대북 전단 살포 차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같은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했다. 곧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라고 말했다. ‘체제 존중’, ‘흡수통일 배제’, ‘적대행위 금지’라는 대북정책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은 12월 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22기 출범 회의 기념사를 통해 대북정책 목표도 공식화했다. 먼저 “전쟁 걱정 없는 한반도” 실현이다. 이를 위해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우발적 충돌 가능성 제거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적극적·선제적으로 해 나가고, 한반도 전쟁 상태 종식, 핵 없는 한반도 추구, 공고한 평화 정착 노력 등을 지속하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구상이다.
이렇게 틀을 갖춰가고 있는 국민주권 정부의 대북정책을 재외동포에게 상세히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재외동포가 한반도 평화·통일의 당당한 ‘주역’이기 때문이다. 강의장에서 청중에게 “한반도 평화·통일은 누구의 과제일까요?”라고 질문하면 많은 이들이 ‘한반도에 사는 남북한 사람들’ 아니냐고 대답한다. 그럴 때마다 아래와 같은 이유로 평화·통일은 한반도에 사는 남북한 사람들과 재외동포가 ‘함께’ 풀어나가는 과제라고 말해준다.
첫째, 평화·통일은 재외동포의 역사적 트라우마 치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이 없었다면 당연히 분단도 없었고(미국과 소련이 일본군 무장해제를 나눠 맡는다는 이유로 38도선을 설정했으므로), 한민족의 강제적인 이산(離散)도 없었다. 한반도에 정주하던 한민족 중에 많은 이들이 바로 이 시기에 원치 않는 이유로 고향과 가족을 떠나야 했고, 낯선 땅에서 살아가며 차별, 배제, 혐오 등 모진 고통을 겪어야 했다. 오늘날 재외동포 중에 많은 이들은 이러한 아픔을 기억하며 그런 고통을 반복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따라서 일제 강점에 기원을 둔 분단을 극복하며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일, 곧 20세기 초반 ‘민족 수난의 역사’를 당당히 청산하는 일은 재외동포 자신의 간절한 바람이자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둘째, 평화·통일은 재외동포 사회의 단합과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분단 이후 현재까지 이어진 남북대결은 한반도에 사는 남북한 사람들뿐 아니라 재외동포에게도 많은 상처를 입혀왔다. 한반도의 분단선은 재외동포 사회에도 분단선을 만들었고, 남북대결이 격화할 때마다 재외동포 사회의 분단선은 더욱 도드라지고 두터워졌다. 이렇게 도드라지고 두터워진 분단선이 차별, 배제, 혐오 등 거주국에서 겪는 고통을 줄이기 위한 재외동포 사회의 노력에 장애가 됐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평화·통일은 각국 재외동포 사회가 남북대결에 따른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단합을 통해 발전하는 도약대가 될 수 있다.
재외동포가 평화·통일의 당당한 주역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실로 다양하다. 예를 들어 남북대결이 첨예한 때일수록 재외동포가 먼저 재외동포 사회의 분단선을 지워나간다면, 한반도에 사는 남북한 사람들에게 좋은 모범이 될 것이다. 또한 남북 교류·협력을 촉구하고, 필요한 경우 남북 사이에 교류·협력 ‘다리’를 직접 놓는 ‘평화·통일 촉진자’도 재외동포의 역할 중 하나일 수 있다. 더불어 거주국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필요성을 환기하고, 평화·통일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민간 통일외교관’ 역할도 가능하다. 국민주권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 재외동포가 평화·통일의 당당한 주역이라는 인식 등이 이 모든 역할 수행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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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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