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한쪽이 조금 더 주도적인 경우가 흔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나 자녀 교육, 재정 운영 등에서 한 배우자가 주로 결정을 내리고, 다른 배우자가 따르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서로의 강점을 살리고, 역할을 나누는 것은 지혜로운 부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도’가 ‘지배’로 바뀌는 순간, 관계의 균형은 서서히 무너집니다. 처음에는 “당신이 더 잘 아니까 맡길게요.” 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언제 부터인가 한 배우자가 모든 결정을 혼자 내리고, 다른 배우자는 점점 의견을 낼 기회조차 잃게됩니다. 주택이나 차량을 구매하거나, 자녀 학교를 정하거나, 생활비를 관리할 때조차 “이미 결정했어” 라는 통보성의 말이 반복되면 상대 배우자는 점점 존중받지 못하고 배제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 때부터 부부는 함께 사는 두 사람이 아니라, 결정하는 사람과 따르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이혼을 고민하는 분들에게서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 사람은 늘 자기 말이 옳다고 했어요.” “내가 뭘 말하면 화부터 내서 결국 말하지 않게 됐어요.” “그 사람이 모든 걸 결정하다 보니, 이젠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말들 속에는 단순한 불화가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된 무력감과 자기 상실감이 담겨 있습니다. 결혼은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고 서로를 지탱해 주는 관계여야 하지만, 주도권이 한쪽으로 쏠리면 상대 배우자의 존재감은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이 때부터 결혼은 더 이상 동반자 관계가 아니라 자존감이 점점 깎이고 감정적으로 고립된 관계가 되어버립니다.
주도권의 불균형은 대화의 단절로 이어집니다. “내가 뭘 말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노력하거나 설득하지 않게 되고, 결국 마음의 문을 닫게 되면서, 대화가 단절됩니다. 겉으로는 부부이고,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이미 별거 상태에 가까워집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결국 관계를 회복하고 함께 사는 것을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을 회복하기 위한 선택으로 이혼을 고민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법적으로도 부부는 동등한 인격과 권리를 가진 동반자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모든 결정을 일방적으로 내리는 것은 단순한 ‘성격 차이’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 정신적 학대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산을 배우자 동의 없이 임의로 처분하거나, 생활비를 제한하며 통제하거나, 자녀 문제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경우, 이런 행위들은 결국 배우자의 자율성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동이 됩니다. 결혼은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가’의 여정입니다. 주도권은 권력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책임을 나누는 약속이어야 합니다. 외도나 가정폭력, 혹은 경제적인 문제만으로 이혼을 결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 예의를 지키고 배우자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해야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문의 (703)593-9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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