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서 한달음에 달려온 봉사자들
▶ 경기 고양서 찾아와 홍보 돕고
▶ 외국인 유학생은 통역 힘 보태
▶ 경주 시민도 골목 구석구석 청소
▶ 자영업자들은 ‘화장실 개방’ 동참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가 천년고도 경주로 정해졌을 때 장밋빛 기대만 나왔던 것은 아니다. 세계 각국 정상들 숙소와 국제공항 등 인프라 부족 문제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동선과 경호, 정상 만찬과 관람객 수용 등 다양한 우려가 꼬리를 물었어도 APEC 정상회의는 폐회를 하루 앞둔 31일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순항 중이다. 행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기업들이 힘을 합친 게 컸지만 그 뒤를 떠받친 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땀 흘린 시민들의 열정이다.
APEC 정상회의 주간(10월 27일~11월 1일) 경북 경주시 곳곳에서는 신라복과 전통 한복을 본뜬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들과 마주쳤다. 그중에는 봉사를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이들도 있었다. 경기 고양시에서 왔다는 손주영(65)씨는 “세계적인 행사이고 각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만큼 미력하더라도 국가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자원봉사 참여 계기를 밝혔다. 경주를 찾은 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의 문화적·경제적 우수성을 알려 앞으로 한국이 더 많은 국제행사를 유치하도록 돕는 것이 그의 목표다.
21개국 정상급 관료와 글로벌 기업인, 언론인 등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국내 외국인 유학생들도 통역 봉사에 나섰다. 경북도는 도내 대학들과 협력해 APEC 회원국 유학생 중 영어와 한국어 능력이 뛰어난 40명을 별도로 선발해 자원봉사자로 참여시켰다. 태국 국적 한동대 유학생 재스민(19)양은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 대학의 통역 봉사자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며 “각국 대표와 저명한 인사들이 교류하는 모습을 보는 게 신기하고 뜻깊다”고 말했다.
경주시민도 안방에서 소매를 걷어붙였다. 자원봉사단체 ‘친절한 경자씨(친절한 경주의 자원봉사자의 약칭)’ 소속 김종순(71)씨는 “경주를 친절하고 청결한 도시로 보여드리기 위해 나섰다”며 광장과 왕릉, 시내 곳곳을 돌며 담배꽁초 등을 집어 올렸다. 한 걸음마다 쓰레기를 주운 그는 반나절 만에 20L 봉투를 가득 채웠다. 함께 봉사하는 박동순(68)씨도 “쓰레기가 많지는 않아도 APEC으로 전 세계에서 손님이 오니 더 깨끗해야 한다”며 “골목 구석구석까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APEC 손님들을 환영하기 위한 자영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편안히 경주를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화장실을 무료로 개방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황남시장에서는 29개 점포가 화장실 무료 개방에 참여했다. ‘경주맥주’를 운영하는 이화수(50) 대표는 “경주는 걸어서 구경하는 관광지가 많아 이동 중 화장실을 찾는 손님이 많다”며 “해외에서는 화장실 이용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인심이 좋고 청결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현재 점포는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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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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