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 1세대 노령화·이민자 유입 끊기며
▶ 한인 3·4세대 영어권으로 지형 변화

통합한국학교 버지니아 캠퍼스 초등학생들이 해맑게 웃고 있다.
워싱턴을 비롯한 미주 한국학교가 한인 3세와 4세대의 영어권으로 지형이 바뀌고 있다. 미주한인이민역사가 120년을 훌쩍 넘으며 한인 1세와 2세가 퇴진하고 3, 4세대로 교체되며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 및 이민자 유입 감소가 그 변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또 K-컬쳐 붐과 함께 다인종 학생도 증가하고 있어 영어권 교사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글날 579돌을 맞아 워싱턴 등 미주 한국학교의 변화를 살펴본다.
미주에서 가장 오랜 55년의 역사를 갖고있는 워싱턴통합한국학교의 경우 양교 모두 이번 학기 한인 3세, 4세대의 등록이 절반 이상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학년도 통합한국학교 버지니아 캠퍼스(교장 이혜경) 총 313명의 등록생 중 한국교과반을 제외한 미주반 217명 가운데 78%가 영어권 가정 학생들로 나타났다. 메릴랜드 캠퍼스(교장 추성희) 역시 총 등록학생 198명 가운데 신입생 65%가 영어권 가정으로 파악됐다.
MD캠퍼스 추성희 교장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영어권 가정 학생들의 등록이 늘기 시작해 최근 3년 사이에 그 증가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신규 등록학생은 대부분 영어권 가정”이라고 밝혔다.
VA 캠퍼스 이혜경 교장은 “K-팝 등 한류의 영향을 배경으로 이제 성인이 돼 자녀를 둔 한인 2세, 3세 학부모들의 관심과 꾸준한 학교 평판에 힘입어 영어권 학생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내 한국 이민자 유입이 감소하고, 이민 세대가 거듭되며 후세대에서 한국어 전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한국의 경제력 성장과 K-컬쳐의 영향력 확대가 영어권 학생들의 한국어 및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워싱턴 한국교육원에 등록된 총 65개(2024년 6월 기준) 한국학교들도 모두 비슷한 추세다.
주미대사관의 강병구 교육관은 “미 전역의 한국학교 학생들의 구성이 이민 3세대, 4세대뿐만 아니라 미국학생들도 등록할 정도로 다양화되고 한국과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기가 매우 높음을 반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가적 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한국학교는 변화된 환경을 반영해 본연의 역할인 정체성 교육을 더욱 내실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주역들에게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알림으로써 한미동맹 발전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주요한 인적 자산 양성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어권 학생의 증가와 함께 교사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는 한국어만 구사할 줄 알면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교사의 이중언어 구사 능력과 전문성 강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교사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혜경 교장은 “학생들은 느는데 교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사들에 대한 처우에서 재정의 한계가 있고 교사들의 학습준비 시간은 많다보니 해마다 교사들의 이직이 생긴다. 특히 한국교과과정반은 한국의 현직교사나 교사 자격증 소지자에 한해 고용하고 있어 찾기가 더더욱 어렵다”며 “한국교육원이나 재외동포청, 교육부에서 어떤 대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통합한국학교를 운영 중인 한미교육재단의 김영미 이사장은 “30여 년 전만 해도 도시락에 담긴 한국 음식을 두고 놀림을 받을까 걱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냉동 김밥조차 없어서 못 파는 시대가 되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한국학교 교사들의 값진 헌신이 있다. 한국학교는 단순한 언어 교육의 장이 아니라 문화와 정체성을 이어가는 소중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에 대한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
정영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