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근아 소아정신과 교수 인터뷰
▶ 자폐 및 발달지연 걱정한 부모들 많아
▶ 언어지연, 비언어적 표현도 함께 봐야
▶ 10번 불러 4~5번 반응하면 걱정 없어
“본인의 기준이나 주변과 비교해 자녀의 발달 속도가 더디면‘느린 아이’라고 과하게 생각하는 부모를 쉽게 볼 수 있어요. 반대로 적극 치료가 필요한데도 향후 괜찮아질 거란 기대만으로 자녀를 느린 아이라고 표현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는 지난 1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자녀에 대한 섣부른 낙인은 독이 될 수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최근 ‘천근아의 느린 아이 부모 수업’이란 책을 펴낸 그는 “만 3세 이전에 한 자폐검사는 정확도가 50% 남짓밖에 되지 않고, 경계선 지능과 관련한 지능지수(IQ) 검사도 4~6세 때 낮게 나왔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초등 의대반, 4세 고시, 7세 고시와 같은 과도한 영유아 사고육에 대해선 단호하게 강조했다.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 불안을 담당하는 편도체 등이 손상돼 뇌가 망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모가 자녀에게 ‘발달이 느리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경우라면 어떤 게 있습니까.“아이를 늦게, 한 명만 낳는 경우가 많다보니 발달지표에서 2, 3개월만 늦어져도 아이에게 장애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부모가 많아요. 대표적인 게 언어지연입니다. 만 24개월이 되면 두 단어를 연결해 문장으로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아이가 단어로밖에 말을 하지 못한다면서 걱정하는 경우예요. 다른 사람 말을 잘 이해하고 눈 맞춤, 표정, 손짓 등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이상이 없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말을 아직 잘 못한다’고 표현할 때 언어적 표현에만 국한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천 교수는 “말은 언어적인 것뿐 아니라, 표정·손짓·몸짓·눈 맞춤 등 비언어적 요소까지 포함해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린 시기의 지능검사는 얼마나 신뢰할 수가 있나요.“웩슬러 유아지능검사를 받으면 아이의 지능지수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볼 수 있지만, 성인까지 이어지는 지능지수는 초등학교 1, 2학년 때 보통 확정이 돼요. 경계선 지능이 걱정된다며 유아기 때 지능검사를 하고, 해당 검사에서 지능지수가 조금 낮게 나왔다고 해서 경계선 지능에 대해 너무 우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폐와 관련해 호명 반응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불안이 큰 것 같습니다.“호명 반응이 없다는 건 아이가 자기 이름을 듣고도 반응하지 않는 것을 말해요. 그런데 호명 반응에 문제가 없는 아이도 처음엔 몇 번 반응하다가 이후엔 반응하지 않아요. 부모가 용건이 있어서 부른 줄 알았다가 아니란 걸 알고 반응하지 않는 것인데, 이걸 또 걱정하시더라고요. 열 번을 불렀을 때 4, 5번 반응을 했다면 호명 반응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호명 반응을 알아볼 때 주의할 점이라면 무엇이 있습니까.“아이가 혹할 만한 무언가를 제시하며 호명 반응을 봐선 안 돼요. 예를 들어 ‘○○아, 산책 나가자’ ‘○○아, 이 장난감 봐봐’라고 할 때 아이가 쳐다보는 것은 제대로 된 호명 반응으로 보기 힘들어요.”
-까치발로 걷는 건 어떻습니까.“자폐 증상이 있는 아이는 감각이 예민해요. 발바닥 전체가 땅에 닿는 게 싫어서 까치발로 걷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 해당하는 아이의 19% 정도가 까치발로 걸어요. 드물지 않다보니 까치발로 걸으면 자폐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상적으로 자라는 아이도 5~12%는 까치발로 걷다가 36개월 이전에 좋아집니다.”
-소위 ‘7세 고시’가 아이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습니까.“논리적 추론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도 전에 중·고교에서 배우는 수준의 문제를 아이에게 풀라고 시키는 건 학대예요. 어릴 때 받아야 하는 정서적인 자극 대신, 독해·추론 등 이상한 자극이 뇌에 들어오니까 뇌가 망가지게 돼요. 지금은 반짝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중엔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불안·우울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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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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