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게는 하이에나적인 특성이 있다. 죽은 고기를 물어뜯는 것처럼 위기 상황에 몰린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서 마약 문제로 논란이 된 이선균씨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확인이 어려운 온갖 뉴스들이 포털에 도배된다. 잘못을 한게 맞더라도 그에 대한 과도한 인신 공격은 이 업계에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펜이 칼보다 흉폭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23일 뱅크오브호프 기자 회견도 펜의 위력이 드러나는 자리였다. 기자가 바로 옆에서 바라본 한인 금융 업계의 거목 케빈 김 뱅크오브호프 행장은 긴장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더 노련한 그이지만 이번 기자 회견은 코너에 몰리는 자리였다. 조직 개편이 새로운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공허한 말장난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회견장의 분위기는 팽팽했고 오가는 목소리에는 불안이 스며들어 있었다.
해고된 직원들 때문이었다. 케빈 김 행장이 이 자리에서 말한 전체 직원의 13%, 약 180여명의 사람들은 통계상으로 집계되는 숫자가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희망이라는 이름의 은행(Bank of Hope)을 위해 매일 노력하고 땀 흘리던 사람들이다. 기업 혁신에 인력 구조조정이 필수라지만 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은행에서 해고되면서 희망도 잃어버렸다.
미국 전역에서 다른 희망들도 사라지게 됐다. 뱅크오브호프의 9개 지점이 곳곳에서 폐쇄되는데 LA에서만 2~3곳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지점에서 일하던 행원들은 물론이고 브랜치에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일구었던 고객들도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은행이 없어지는 것은 미래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의미일 수 있다.
쉽지 않겠지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 케빈 김 행장이 밝힌 조직 개편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있다. 주류 은행들이 디지털 뱅킹을 준비하고 IT에 기반한 은행 아닌 은행들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지역에 기반한 비즈니스 방식은 낡은 것일 수 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사업부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해당 부서들간 시너지를 일으키려는 판단은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은행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지역 기반에서 사업부 중심으로 바뀐다해도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는 주체는 사람이다. 특히 뱅크오브호프가 한인 사회에 기반해 끈끈한 인맥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음을 고려하면 리저널 뱅크가 된 지금도 이러한 인력 기반 비즈니스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자칫 잘못해 금융전문가로서의 이미지만 강조하다 로컬 고객들을 빼앗기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미 한인 은행 업계는 중국계 은행들에게 이러한 비즈니스 침탈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상필벌도 정확해야 한다. 이번에 다수의 직원이 짐을 싸게 된 만큼 앞으로 당분간 인력 정책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3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손실로 처리한 금액이 무려 3,000만달러가 넘는데 왜 이렇게 무리한 비용이 발생했는지 대출 부서 전반에 대한 철두절미한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이렇게 큰 금액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기 전까지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은행의 리스크 관리 부서는 무엇을 했는지 이에 대한 관리도 매우 시급하다.
케빈 김 뱅크오브호프 행장은 기자 회견에서 이번 조직 개편의 프로젝트 이름이 BTS라고 언급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를 상징하는 방탄소년단처럼 이번 전략이 은행의 성공을 이끌어 줄 것(Built To Succeed)이라는 바람이었다. 그 자리의 분위기를 팽팽하게 만들었던 펜을 든 사람들도 같은 희망을 갖고 있다. 은행은 모든 산업의 물줄기를 뚫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인 은행이 잘돼야 한인 비즈니스가 잘될 수 있다. 희망의 은행이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는 날이 곧 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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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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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뭐지 이기사??
행장 월급 1/10로 해고될? 직원들에게 월급 주면 될걸 ? 무신 개편?
지역 은행들은 더 어려운 시기를 맞을것이다. 저금리 시대에 집행한 상업용 융자가 돌아오는데 몇배 뛴 금리를 감당할수 있는 건물주가 얼만 될까? 융자부실은 이미 시작이 되었고 더욱 가속화 할것이다. 고금리의 저주가 시작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