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선천성 심장병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선천적으로 심장 기형이나 기능 장애를 가진 질환이다. 어린이 1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자녀가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나면 적지 않은 엄마가 심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선천성 심장병은 유전·환경적 요인이 복합돼 발생하기에 예방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유정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교수(선천성심장병센터장)를 만났다. 유 교수는“심장병 치료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 조기 발견해 치료한다면 생존율 향상뿐만 아니라 후유증을 최소화해 발달 지체를 예방할 수 있기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선천성 심장병은 주로 언제 진단되나.
선천성 심장병은 태아의 심장이 발달하는 3~8주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따라서 대부분 산전 초음파검사로 진단된다. 태어난 뒤에 진단되기도 하는데 진단이 빠를수록 치료에 좋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산전 초음파검사에서 태아에게 심장 기형이 의심되면 태아치료센터로 연계해 정밀 진료와 유전자 검사 등을 시행하고 있다. 출산 후 심장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소아심장외과 진료를 진행하며, 선천성심장병센터 전담 간호사가 부모에게 출생 후 치료와 예후(치료 경과)에 대해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있다.
-선천성 심장병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선천성 심장병은 다양하고 종류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기에 심장 전문의와 상의해 개별적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폐동맥과 대동맥 위치가 바뀐 채 태어나는 대혈관 전위(轉位)라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출생 후 한 달 이내 2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기에 곧바로 수술해야 한다.
어린이 환자 나이가 돌이 지나고 몸무게가 10㎏이 넘어야 개심(開心)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아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전혀 사실이 아니고 신생아도 교정 수술이 가능하다.
또한 심방중격결손(ASD·Atrial Septal Defect) 크기가 작으면 어른이 돼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도관을 이용해 구멍을 막는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고, 결손이 아주 작다면 경과 관찰만 해도 될 때가 많다. ASD는 심장의 좌우 심방 사이의 중격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복잡한 심장 기형으로 인해 수술해도 심장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나빠지거나, 심장의 주요 구성 요소인 심근(심장 벽을 이루는 두꺼운 근육으로 심장박동에 관여)에 문제가 생겨 회복하기 어렵다면 심장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어린이 심장이식은 기회가 매우 적은데.
심장이식은 간·콩팥 등과 같은 장기와 달리 뇌사자에게서 공여받아야 가능하다. 특히 어린이는 어른보다 뇌사 사례가 적을 뿐더러 나이나 몸무게가 비슷한 공여자를 찾기 쉽지 않아 기회가 훨씬 적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걸릴 수 있다. 따라서 공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어린이 환자의 심장 기능을 최적 상태로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심장이식 대기 어린이 환자를 위한 ‘좌심실 보조 장치’를 쓰는데.
좌심실 보조 장치(LVAD·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는 심장 기능이 떨어져 혈액을 온몸으로 원활히 공급할 수 없는 어린이 환자의 좌심실에 펌프를 연결해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주는 기계 장치다. 심부전으로 인한 성장·발달 저하를 막고 다른 장기 기능을 보존하면서 심장이식을 받을 때까지 다리 역할을 한다.
어른과 달리 어린이는 LVAD 도관을 심장에 넣어 체외로 통과시킨 후 몸 밖 펌프에 연결한다. 체외로 장치를 연결하므로 전담 의료진이 펌프 움직임이나 혈전 발생, 감염 위험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2명의 어린이 환자가 LVAD를 삽입해 다른 장기 기능을 손상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대기한 후 심장이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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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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