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영찬 교수가 도덕경 4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道)는 ‘비움’이며, 예리함을 무디게 하고, 눈부신 광채를 부드럽고 어둡게 해 주면서, 가장 보잘 것 없는 티끌과 같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낮고 천한 자리에서 ‘도’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지난 8일 조지 메이슨 대학내 존슨 센터에서 열린 동양정신문화연구회(회장 김면기) 월례강좌에서 노영찬 교수(조지 메이슨대)는 ‘비움과 도’를 주제로 도덕경 4장을 예수의 부활사건, 민중시인 김지하 등과 연결시켜 명쾌하게 풀이했다.
노 교수는 “김지하는 우리 민족의 민중의 역사 가운데서 한(恨)을 찾아낸 첫 작가이다. 인간의 바닥을 헤매면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기 작품의 테마로 삼았다. 그 중 ‘장일담전’이라는 작품이 대표작으로 하늘 위가 아니라 가장 천한 백정과 창녀 등 버림받은 시궁창에서 신의 모습을 본 것이다. 이는 도가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티끌과 같은 존재 속에 있다는 도덕경의 시각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또 “도는 예리함을 무디게 하라고 권한다. 날을 세우지 말라는 교훈이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 가닥을 하나씩 둘씩 찾아 나가면 그 복잡한 관계가 풀린다”면서 “성급히 풀려고 하면 오히려 더 꽁꽁 매어져 풀 수 없게 되고 결국은 칼로 자를 수밖에 없다. 성급히 칼로 자를 때 원한이 쌓이고 폭력이 일어나고, 갈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덕경에서 군자는 대중 앞에 나갈 때 어둡게 함으로 밝음을 나타낸다고 했다. 자기를 감춤으로 자신이 밝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세상 사람들은 반대로 자기를 적극적으로 나타내야 하는 걸로 착각하고 있다. 20세기의 위대한 철학자 하이데거도 ‘숨김은 드러냄이고, 드러냄은 숨김이라 한 것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은 심오한 지혜에서 우러나온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도는 자연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는 어떤 ‘길’이요 법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도 이 도를 따라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삶이 된다“고 결론 맺었다.
45명이 참석한 이날 강좌에 앞서 김면기 회장은 올 가을로 예정된 ‘한국문화유산 탐방 기행’에 대해 설명한 후 “도덕경 강좌가 인생의 풍파를 모두 겪은 노년에 많은 공감을 주고, 인생을 보는 눈을 깊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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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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