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요건과 통제 장치 강화를 골자로 하는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두고 검찰의 반발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수사 실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규정을 대법원이 졸속으로 고치려 한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2일(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최근 입법예고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는 수사기관이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려면 영장청구서에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와 '검색 대상 기간' 등 영장 집행계획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대법원은 압수할 휴대전화 저장정보 종류(문자메시지, SNS 통화내역, 전화번호부, 위치정보 등), 저장·송수신 기간 등을 영장 발부 전에 검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개정안이 현실화하면 범죄 피의자들이 숨겨놓은 전자정보 증거를 더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가령 마약 사건에서 '대마'나 '필로폰' 등을 검색어로 정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면, 피의자의 컴퓨터에서 대마의 은어인 '풀떨·풀떼기', 필로폰의 은어인 '아이스·얼음·크리스털·술' 등으로 기재된 파일은 검색 및 압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비자금이나 뇌물 사건 수사에서도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검찰은 전망한다.
특정 키워드로만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면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골프 잘치기'란 이름의 파일 안에 넣어 둔 사업 지분 관련 문건은 찾지 못했을 거란 얘기도 나온다.
파일을 PDF나 동영상 등 애초에 검색이 불가능한 형태로 저장하거나, 고의든 실수든 파일 이름을 잘못 적는 경우까지 상정하면 키워드 리스트를 미리 법원에 허락받는 방식으론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한 검찰 간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압수수색 과정에서 새 키워드로 된 파일이 나올 때마다 영장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그 사이에 범죄자들은 증거를 인멸할 것"이라며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라면 대법원이 방법을 잘못 택했다"고 말했다.
반면 대법원은 제약 없는 전자정보 압수수색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니 최소한의 제한 장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등의 전자정보 압수수색을 시도할 때는 대상에 '∼등' 같은 표현을 써서 범위를 굉장히 넓게 잡는다"며 "문제 소지가 있을 때는 판사가 '이게 진짜 필요한 것 맞냐'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 밖에 피의자의 압수수색 참여권 강화와 수사 종료 후 범죄와 무관한 정보의 폐기를 명문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대법원이 수사 실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압수수색 영장 요건을 바꾼다면서 관계 기관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법원이 임의로 바꿀 수 있는 규칙이 아닌 국회를 통한 정식 법제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전자정보에 대한 '선별 압수' 원칙을 세운 2011년 판례 이후 학계 논의가 계속 이뤄져 왔고, 대검찰청 실무진도 이 같은 흐름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반박한다. 또 압수수색 요건 강화는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므로 법률이 아니라 형사소송규칙 개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금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판사가 비공식적으로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상황인지 묻는 일이 있는데, 그런 영역을 제도화하고 너무 성겼던 압수수색 요건도 더 채워나가자는 취지"라며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최종적으로 규칙 문구를 축소하든, 아니면 아예 보류하든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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