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댈 곳 없는 이재민들 절망 커져…치안 악화에 따른 구호 차질 우려

구호물품 놓고 몸싸움하는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 [로이터=사진제공]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를 강타한 규모 7.2의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재민들이 당국의 더딘 지원 속에 절망과 분노를 키워가고 있다.
강진 발생 일주일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현재 지진 사망자는 2천189명, 부상자는 1만2천여 명까지 늘어났고,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도 332명이 있다.
지진으로 완전히 부서지거나 망가진 집이 13만 채가 넘어 기약 없는 천막생활을 하는 이재민도 수만 명이다.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지원이 속속 이어지고 있지만 구호물품이 아이티 남서부의 지진 피해자들 손에 전달되는 속도는 여전히 느리고 양도 충분치 않다.
지진과 산사태로 도로가 망가진 데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레카이 등 지진 피해지역으로 가는 길엔 갱단이 장악한 지역도 있어서 구호물자와 인력의 도달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지진 일주일이 넘도록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한 기댈 곳 없는 이재민들은 당국을 향해 분통을 터뜨린다.
포르토프랭스의 친구가 가져다준 물과 음식을 이웃과 나눴다는 레카이 주민 마르셀 프랑수아(30)는 AFP통신에 "정부와 NGO 차량이 지나는 것을 수없이 봤고,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도 지나가지만 나한테 온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비에 젖은 축구장에 천막을 치고 지내는 윌포드 루스벨트는 "비참하게 지내고 있다. 빗물 가득한 바닥에서 잔다. 정부에서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굶주림 속에 절망과 분노가 커진 일부 이재민들이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을 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로이터·AP통신 등은 보도했다.
AP통신은 전날 레카이에 주차된 적십자 트럭에서 사람들이 취침용 패드를 훔치는 것을 목격했으며, 배급을 앞둔 식량이 도난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인근 또 다른 마을에서 반쯤 열린 컨테이너 트럭에서 한 남성이 식량 꾸러미를 훔쳤다가 식량을 빼앗으려는 주민들에 둘러싸이기도 했다.
미국의 구호단체 빈민대책은 지진 피해자들에게 전달할 식수와 쌀, 콩, 소시지 등을 싣고 가던 트럭 일부가 약탈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빈민대책은 "운전자들은 무사하고 트럭도 망가지진 않았다"며 구호물자를 앞으로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는 로이터에 "아이티의 치안 상황이 악화해 주민을 돕는 일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된다"며 "치안 악화를 막기 위해 당국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티에서는 최대 30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2010년 대지진 이후 정부가 국제사회의 지원금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에 당국에 대한 불신도 팽배한 상황이다.
지난달 암살당한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아리엘 앙리 총리는 2010년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공정한 분배를 약속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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