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족 소송…‘간호사 상담라인’ 운영 방식 도마 위

구급차를 기다리다 사망한 파멜라 호건(왼쪽)과 그녀의 아들.
시애틀에서 한 여성이 911에 도움을 요청한 뒤 구급차를 10시간 가까이 기다리다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시의 응급의료 대응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2022년 파멜라 호건이라는 여성이 911에 전화해 의료 도움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911 상담을 통해 간호사가 구급차 출동을 요청했지만, 호건은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 약 10시간을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녀의 유족은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이번 사건은 시애틀의 911 의료 대응 시스템 운영 방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도시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많은 미국 도시들이 병원 응급실 과밀을 줄이기 위해 ‘911 간호사 상담라인(Nurse Navigation)’을 도입했지만, 운영 방식과 안전 장치는 도시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경우 2022년부터 간호사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비교적 경증으로 판단되는 의료 신고가 접수되면 소방서 디스패처가 전화를 간호사에게 연결하고, 간호사는 전화 상담이나 원격진료, 또는 차량 호출 서비스를 통해 환자를 클리닉으로 이동하도록 안내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간호사가 구급차를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애틀의 시스템은 여러 면에서 다른 도시보다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애틀의 구급차 서비스는 민간업체인 ‘아메리칸 메디컬 리스폰스(AMR)’가 담당하고 있으며, 간호사가 요청한 구급차는 시가 정한 도착 시간 기준이나 지연 벌금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한 간호사 상담센터는 텍사스에 위치해 있으며 환자의 상태 변화가 발생해도 간호사에게 직접 업데이트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와 달리 워싱턴주 밴쿠버나 워싱턴 D.C. 등 일부 도시에서는 간호사가 요청한 구급차도 일반 911 호출과 동일하게 응답 시간 기준을 적용하고 대기 시간을 기록하며, 지연이 발생할 경우 업체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일부 도시에서는 간호사를 911 센터에 직접 배치하거나 컴퓨터 시스템을 통합해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이러한 안전 장치가 환자의 장시간 대기를 막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환자가 반복적으로 911에 다시 전화하거나 구급차 지연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대응 수준을 높이는 시스템을 갖춘 도시도 있다.
시애틀은 지난해 9월 AMR과 새로운 5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간호사가 요청한 구급차를 기존 감독 기준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새로운 시장과 시의회 구성이 이루어진 만큼 향후 제도 개선 논의가 다시 이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완벽한 응급 대응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최소한 시민들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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