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15년이 되니 체중이 25파운드 늘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건강상실로 인한 스트레스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기름진 음식과 어디를 가든지 차를 타고 움직여야하는 생활 문화 때문일 것이다.
애드벌룬처럼 둥둥 떠오를 것 같은 사람이 뒤뚱거리며 걷는 미국인들이 신기해서 바라보고 했었는데 남의 일이 아니었다. 항상 만복이 되도록 먹어대던 식습관도 문제였다. 나이는 고령이니 노동력도 둔해지고 설상가상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될 대로 되라’는 심사로 지내던 일년전, 코로나 방역으로 집콕 하고 있을 때 동생이 전화를 했다. “언니 내일부터 나랑 같이 매일 걷자.” 걷기를 시작한 얼마동안 하루에 20분씩 다음은 30분, 40분 이렇게 걷는 시간이 길어졌다. 시작할 때 숨이 차고 헐떡임도 차차 덜해지고 다리에 힘이 생겼다. 발걸음이 가벼워지니 걷는 것이 어느 사이에 고통에서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어떤 분이 ‘걷는 운동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던 말이 틀림없는 정답이라 생각한다. 똑바른 자세로 땀이 나도록 걸으면 온 몸의 근육을 움직이는 전신운동이 되는 것 같아 기분도 상쾌해진다. 정담을 나누며 동생과 걷는 길은 아름다운 경치로 녹색의 숲은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
한쪽은 드넓은 호수, 반대쪽은 울창한 수목의 야산, 푸르름이 쏟아내는 산소로 범벅일 때 산책로를 걸어가는 시간은 천국이 따로 없었다. 각종 산새들의 지저귐도 아름다운 코러스가 되어 귀를 간질인다. 어린 새끼들과 햇빛을 즐기는 사슴가족도 사랑스럽고, 나무타기 묘기를 뽐내며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도토리로 식사하는 다람쥐도 귀엽다.
검푸른 호수에는 한 마리의 학이 긴 목을 빼고 수평선을 보고 있고, 오리가족들은 일렬로 나들이 중이다. 보트낚시를 즐기는 아저씨가 손을 들며 인사를 한다. 정이 많은 동생과 다사다난했던 가족사를 반추하며 걸어가는 시간은 아주 행복하다.
어느 사이에 내 몸무게는 10파운드 넘게 감량되었고 차츰 원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푸른 하늘에 평화로이 떠다니는 몇 조각 흰 구름을 보며 오늘도 내일도 걸으며 건강해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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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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