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지 않는 기러기도 있다. 롱비치의 엘도라도 공원에는 한여름에도 유유자적 서식하는 한 무리의 기러기가 있다. 나는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너희들은 왜 시원한 캐나다로 가지 않느냐. 답은 뻔하다. 뼈가 부러지게 힘든 장거리 이동을 할 필요가 없어요. 이 공원에는 수목이 울창하여 시원하고, 날씨가 더우면 호수에 들어가서 물놀이도 하고. 정말 살기 좋은 글자 그대로 엘도라도, 이상향입니다.
우리 부부가 거의 매일 산책하는 길 건너 네이처 센터에 경사가 생겼다. 트레일 입구에 통행금지 테이프가 가로막고 있었다. 웬일인가 건너가 보았다. 엄마 기러기가 바위틈 사이 낙엽이 쌓인 구석에 알을 품고 있다. 나는 매일 알을 품고 있는 엄마 기러기를 방문했다. 옆에 망을 서고 있던 아빠 기러기가 나를 보고 심기가 좋지 않은 듯 끼륵끼륵 한다. 가까이 오지 말라는 뜻인가 보다.
며칠 후. 통행금지 테이프와 기러기가 보이지 않아서 사무실 직원에게 물었더니 새끼 다섯 마리가 부화되어 공원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몰이꾼들이 기러기 가족을 큰 호수와 넓은 잔디밭이 있는 길 건너 엘도라도 공원으로 이동시켰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목할 만한 작전이었다. 네이처 센터와 엘도라도 공원 사이의 길 양쪽을 차단하고 몰이꾼이 어미와 아빠, 그리고 다섯 마리의 새끼 기러기를 공원으로 몰고 갔다고 한다. 그들은 거부하는 기색 없이 자기 발로 길을 건너갔다고 한다. 작전을 못 본 것이 아쉽다.
다음 날 우리는 엘도라도 공원에 가서 그 기러기 가족을 만났다. 병아리보다 약간 큰 새끼들이 부지런히 푸른 잔디를 뜯어 먹고 있다. 기러기는 채식동물이다. 어떤 여자가 빵 부스러기를 새끼들에게 던져주었다. 그 주위의 모든 기러기가 달려온다. 어미 기러기는 납작 엎드려 쏜살같이 먹이를 빼앗아 먹으려는 기러기를 공격하여 꼬리를 물어뜯었다. 주둥이에 털이 묻어있다. 와!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여자는 약하나 엄마는 강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의 사랑도 만만찮다. 엄마가 앞장서면 새끼들은 따라가고 아빠는 뒤에서 호위한다. 물속에서도 엄마와 아빠 사이에 새끼들이 한 줄로 질서정연하게 수영한다. 기러기는 기강을 지키는 동물이다. 높은 하늘에 V형으로 질서정연하게 편대를 지어 이동하는 캐나다 기러기를 보면 그 탁월함을 알 수 있다. 리더가 피곤하면 다른 기러기와 교대한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기러기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하루건너 엘도라도 공원에서 산책한다. 새끼들이 너무 빨리 커서 귀여움이 줄어들고 있다. 많은 사람이 엘도라도 공원에 와서 이 훌륭한 기러기 가족을 구경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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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현 은퇴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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