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의 앞집 할머니가 더 이상 정원정리하기 힘들다며 관리사무소에 연락하여 정원사가 와서 잡초를 제거하고 갔습니다. 다음 날 집사람이 나가 보았더니 어렸을 적 한국 정서를 느끼고 싶어 몇 달째 정성 들여 가꾸며 꽃 피기만을 눈 꼽아 기다리던 봉선화 밭을 망쳐놓고 갔습니다. 정원사 눈에는 그것이 잡초로 보였던 것이겠지요.
무엇이 잡초이며, 그것을 누가 결정하며, 또 그것을 정리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를 생각해봅니다. 우리 마을에는 꽃이나 풀이 많은데 같은 꽃이라도 집주인에 따라 귀중히 여기며 가꾸는 데 반해 다른 집에서는 잡초로 여기기도 합니다. 주인이 그러는 것은 별 문제가 없는데 이 정원사의 경우처럼 주인도 아닌 주제에 남의 것을 그렇게 하는 문제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풀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서로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정원에 이웃하면서 오손도순 잘 지내고 있는데 어느 날 누가 와서는 자기를 잡초라고 하여 제거해버리면 어떻겠냐는 것입니다. 내 집에서는 귀한 아들인데 밖에 나가니 피부색이 다르다며 따돌림을 당하는 인종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가 ‘너나 잘해’ 하면 문제가 없으련만 유독 한국사회 전반에 만연해있는 남의 것인데도 자기가 주인인 것처럼 간섭하는 문제입니다. 물론 잡초는 나쁜 것이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잡초 자체에 의한 피해보다도 그것을, 더더구나 자기 정원의 것도 아닌 것을 뽑으려 옥신각신하는 문제로 인한 피해가 훨씬 많음을 봅니다.
내가 속한 기독교계를 예로 든다면 구교는 자기 정원도 아닌 신교를 잡초 이단이라고 하고, 신교 역시 자기 정원도 아닌 구교를, 또 같은 개신교 안에서도 자기와 다르다며 서로 상대방을 잡초 이단이라고 합니다. 특히 한국의 유튜브 설교를 듣고 있노라면 한국 개신교에는 하나님이 너무 많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자기가 하나님이 되어 누가 잡초인지 결정하는 것 자체도 문제인데 그 결정 과정 역시 성경이 기준이 되기보다는 소위 민주주의식이라 하여 다수결로 결정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노아의 홍수, 소돔과 고모라, 좁은 문과 넓은 문의 경우처럼 다수는 거의 항상 잡초 이단이요 소수만이 천국에 가게 되어있으니 오히려 다수를 따르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우리 한국인의 가장 큰 단점이요, 반드시 시정해야할 것 중 하나가 피 속에 흐르는 구별 차별 정죄사상이라는 것 동의할 것입니다. 같은 정원에 자라는 식물들 중 어느 것이 잡초인지의 감별방법은 누구든 스스로가 정원사를 자처하며 옆 동료를 제거하려는 그가 바로 그 정원의 잡초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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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은퇴의사 라구나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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