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 죽음의 신을 속인 죄로 무거운 돌을 히데스 언덕 정상에 옮겨 놓으면 굴러 떨어져 다시 정상까지 계속 밀어 올려야 하는 벌은 받은 그리스 신화 속 인간, 시지프스.
최근 들어 ‘깜박’하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기억력에도 불구하고 중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그리스 신화 인물 중 시지프스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끝없는 노동을 해야 하는 그의 형벌 때문이다. 시지프스에게 가해진 형벌은 무익한 노동을 끝없이 해야 한다는 것에 있던 것이 아니라 아무리 해도 달라지는 게 없는 데서 오는 절망감일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 활동이 제한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한인 요식업계가 지난달 야외 영업을 재개하면서 활력을 되찾고는 있지만, 실내 영업이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는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한인 식당 업주들에게서 시지프스의 절망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야외 영업 재개를 놓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한인 식당 업주들은 한결 같이 야외 영업 금지와 허용 조치가 반복되면서 심리적으로 지쳤다는 말을 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실내 영업 금지라는 식당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조치를 받아 들이고 인내해 왔던 것은 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희망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전국식당연합회(NRA)에 따르면 전체 식당의 17%에 달하는 약 11만 곳의 식당이 지난해 영구적으로 문을 닫았다
한인타운의 유명 식당 중에 코로나19 사태로 전원식당, 동일장, 베버리순두부, 낙원식당 등 노포들도 간판을 내렸다.
1년 가까이 실내 영업이 금지되면서 야외 영업도 금지와 재개를 반복하다 보니 한인 식당들의 매출은 평상시에 비해 30~40% 수준에 머물고 있어 버틸 데까지 버텼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금 한인 요식업계에 필요한 것은 희망이다. 희망은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같이 아파하는 공감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런 점에서 본보가 제안하고 실행하고 있는 ‘한인 비즈니스 살리자’ 캠페인은 시의 적절하다. LA 한인상공회의소가 지난해부터 한인타운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인 요식업계는 한인 경제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산업이다. 한인 요식업계가 살아야 한인 경제도 산다. 한인 요식업계에 희망을 주는 행동들이 절실한 때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시지프스가 처한 형벌을 삶의 부조리라고 말하며 부조리의 대안으로 시지프스의 줄기찬 분투에 삶의 의미를 두고 사는 것이라 했다.
굴러 떨어져 원점으로 되돌아 올 것을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는 시지프스의 형벌에서 한인 요식업계를 살리는 희망의 단초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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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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