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가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장대한 분노(Epic Fury)’로 명명된 대이란 군사작전이 “4주 정도, 아니면 그보다 짧게 걸릴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점점 더 커지는 모습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주변 걸프 국가를 폭격하며 물귀신 작전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에 폭격을 가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스라엘이 테헤란의 연료 탱크를 공격한 적은 있어도 에너지 생산시설을 직접 타격한 것은 처음이다. 이란은 걸프 국가의 석유·가스 시설을 보복 공격하겠다고 천명하며 결사항전을 선언한 상태다.
결국 연방준비제도(FRB·연준)는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의 나비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꼴이나 다름없다는 공감대가 연준 이사들 사이에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한때 5%까지 떨어지며 3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모기지 금리도 다시 6.11%로 치솟았다. 살짝 온기가 돌았던 주택거래 시장에 다시 냉기가 돌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월 13일로 끝나는 주간의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는 10.9% 감소했다.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인 후 나타난 뼈아픈 감소세다.
고유가는 미국 경제 성장을 짓누르는 거대한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동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68%는 ‘배럴당 100달러’ 지속 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5∼0.50%포인트’ 또는 ‘최소 0.50%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전쟁은 전통적 미국 외교 가치보다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돈로주의’와도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쿠바를 정조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어떤 형태든 쿠바를 차지할 영광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출을 통제하며 쿠바를 봉쇄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무력을 활용한 군사개입까지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베네수엘라에다 이란, 쿠바까지 전방위전이 확산되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미국 국민들이다. 당장 개스값과 항공유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발이 묶였다.
자동차와 항공 이용은 거대한 아메리카 대륙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필수재다. 특히 공급망 마비로 인한 식료품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장바구니 물가는 전쟁의 포화보다 더 무섭게 가계를 위협하고 있다.
태평양 건너 한국은 올해 1분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 후폭풍을 우려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이번 상황이 국가재정법 제89조의 ‘경기 침체 등 경제위기 대응’이라는 요건에 부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는 서민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물가는 오르면서 성장은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가운데 국가적 보호막마저 사라진 서민들의 삶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절망 속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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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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