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이 국내 대학원생에 이어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가차없이 칼을 빼들었다. 학업 태도가 불량하거나 수업을 등한시하는 학생들을 무더기로 학교에서 쫓아낸 것이다. 한때 돈벌이를 위해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며 학사 관리에 관대하던 대학들이 잇따라 회초리를 들며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대는 지난달 29일 공고를 내고 학업 성취도 불량과 학교 규정 위반 등의 이유로 92명의 유학생에 대해 퇴학 처분을 내렸다. 제때 등록하지 못하거나, 등록금을 내지 않거나, 사전 승인 없이 수업을 빼먹거나, 시험에 불합격하는 등 사유는 각양각색이다. 창장일보 등 중국 매체들은 학교 관계자를 인용,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교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규정에 따라 내린 조치”라고 16일 전했다. 우한대는 ‘등록금을 내지 않거나 수업에 20시간 이상 불참하는’ 학생을 제적 처리할 수 있다.
퇴학당한 유학생 중에는 우크라이나 출신 유명 방송인 나탈리아도 포함돼 있다. 중국 장쑤TV의 인기 맞선 프로그램 ‘장난사절(중국판 러브 스위치)’에 출연해 수려한 외모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팬들 사이에서 ‘여신’으로 불리는 여성이다. 그는 2013년 우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이어 박사과정을 밟고 있지만, 잦은 방송 출연과 대외 활동에 밀려 학업을 등한시했다가 도중에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
우한대에는 120개국에서 온 3,300여명의 유학생이 다니고 있다.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선 덕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앞장서서 학생들을 걸러내고 있는 셈이다.
중국 대학이 이처럼 달라진 건 교육부의 관리 강화방침 때문이다. 중국 교육부는 지난 7월 “대학들은 중국의 규제와 법, 캠퍼스 규율과 안전 수칙에 대해 유학생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규정을 위반한 경우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중국 학생과 동일한 기준으로 교육과 시험에 임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당시 중국 지린대가 외국인 유학생에게 ‘모닝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져 중국 학생들이 역차별에 불만을 쏟아내던 차였다. 올해 들어 연변대 136명을 포함해 중국 전역의 석·박사과정 수백 명이 학업 부실을 이유로 퇴학 당하는 등 대학원생에 대한 학사 관리도 한층 엄격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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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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