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너무 많아”… 상소기구, 위원 부족으로 내달부터 사실상 기능 마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비난해온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는 WTO 상소 기구 위원들의 보수 규모를 문제 삼으며 공격을 재개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 주재 미국대표부의 드니스 시어 대사는 이날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분쟁해결기구(DSB) 비공개회의에서 상소 위원들이 너무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의가 끝난 뒤 성명을 내고 "상소 위원은 파트타임직인데 한 사람당 30만 스위스프랑(약 3억6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보수로 받고 있다"며 "이는 WTO 사무차장의 연봉보다 훨씬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소 위원들이 1년간 판정하는 항소 사건은 평균 5∼6건에 불과하지만, 제네바에서 1년 내내 아파트를 사용할 수 있는 자격도 받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미국의 이 같은 주장에 WTO 관계자는 회의에서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이 비판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EU는 "보수에 대한 논의는 상소 기구가 기능을 발휘할 경우에만 할 수 있다"면서 현재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기구의 열악한 상황을 지적했고, 중국은 상소 위원이 규정대로 7명이 있으면(현재는 3명) 각 위원의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며 미국의 셈범을 반박했다.
노르웨이도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겨울이 오고 있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상소 기구가 곧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활용해 여러 혜택을 받아왔다며 WTO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제기해왔다.
그러면서 WTO 무역 분쟁의 최종심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본래 상소 기구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미국이 위원 선임 안건에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공석이 하나둘씩 늘어나 현재는 인도, 미국, 중국 출신의 위원 3명만 남았다.
WTO는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모든 의사 결정이 이뤄져 한 국가라도 안건 논의에서 반대하면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다음 달 10일이면 인도와 미국 출신 위원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중국 출신 위원 1명만 남게 된다. 중국 위원의 임기는 내년 11월 30일까지다.
상소 기구는 위원 3명이 한 건을 심리하기 때문에 다음 달 중순부터는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셈이다.
현재도 위원 수 부족으로 상소 기구에 계류된 13건의 분쟁 가운데 2∼3건만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지난 6월 기자 회견을 열고 각국의 협력을 촉구했지만, 상소 위원 선임 보이콧에 이은 위원들의 보수에 대한 미국의 맹공에 WTO는 출범 24년 만에 기능 마비라는 위기를 눈앞에 두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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