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핑 의혹 쑨양, 두 차례 시상식서 모두 동료 수상자에 보이콧 당해
▶ 광주 세계수영선수권서 논란 확산

중국의 쑨양이 자신을 보이콧하고 있는 덩컨 스콧에게 다가가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AP]

호주의 맥 호턴에 이어 덩컨 스콧(맨 오른쪽)도 시상식에서 쑨양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으로 그에 대한 보이콧 의사를 드러냈다. [AP]
전남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2019 세계수영선수권에서 도핑 의혹을 받고 있는 쑨양(중국)을 보이콧한 선수가 또 나왔다.
쑨양은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다나스 랍시스(리투아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2위로 골인했지만 랍시스가 부정 출발로 실격 당하면서 1위가 돼 대회 2관왕에 올랐다. 1분45초22의 마츠모토 가츠히로(일본)가 은메달을 가져갔고, 덩컨 스콧과 마틴 말류틴(러시아)이 1분45초63으로 공동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시상식에선 이틀 전 자유형 400m 시상식에서 나왔던 장면이 재현됐다. 4명의 선수가 나선 시상식에서 동메달리스트 스콧은 이틀전 맥 호튼(호주)이 그랬던 것처럼 시종일관 뒷짐을 진 채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쑨양이 아닌 반대편을 쳐다보며 무언의 시위를 했다. 장내엔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그를 위한 지지였다. 관례인 메달리스트 단체 촬영까지 거부한 스콧은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여러 국가 선수석을 향해 손을 흔든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민망해진 쑨양은 중간에 스콧을 향해 “야 루저야, 내가 이겼다. 안 그래?”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으나 여전히 스콧은 반응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금지약물 복용 적발로 중국반도핑기구에서 3개월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던 쑨양은 지난해 9월 도핑 샘플을 깨트린 의혹을 받고 있어 조만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재판에 받을 예정이다. 국제수영연맹은 CAS의 중재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쑨양의 이번 대회 출전을 허가했고 많은 선수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이미 호주와 미국 등 서구 선수들은 두 번째 도핑 논란을 일으킨 쑨양을 동등한 경쟁자로 보지 않고 있다. 이번 대회 앞두고 쑨양에게 직격탄을 날린 미국 여자 평영 선수 릴리 킹은 “호튼이 쑨양과 세리머니를 거절한 뒤 선수촌에서 200여명의 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스콧은 시상식 후 영국 BBC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나는 호튼의 편“이라면서 시상식에서 보여준 행동을 의미를 설명했다. 호튼과 스콧의 행동은 지난해 9월 도핑 검사관이 집을 방문했을 때 쑨양측에서 혈액이 담겨있던 샘플을 망치로 깨 훼손한 사건을 꼬집은 것이다. 쑨양은 지난해 9월 국제 도핑시험관리(IDTM) 직원들이 도핑검사 샘플을 채집하기 위해 자택을 방문하자 경호원들과 함께 망치를 이용해 혈액이 담긴 도핑용 유리병을 깨뜨렸다. 쑨양이 2014년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받고도 3개월 출전 정지의 ‘경징계’를 받아 논란이 일었던 터라,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차가워졌다.
쑨양의 행동을 대부분 선수들은 수영, 나아가 스포츠 전체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스콧은 ”쑨양이 우리의 스포츠를 존중하지 않는데 왜 우리가 그를 존중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내 생각엔 많은 사람들이 호튼의 뒤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아가 스콧은 ”이런 일들이 더 많은 벌어지길 바란다“면서 ‘쑨양 패싱’이 여기서 그치지 않길 원했다.
쑨양은 지난 20일 호턴의 ‘시상식 외면 사건’이 벌어진 후 기자회견에서 ”쑨양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건 괜찮지만,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쑨양을 강하게 비판한다. ‘평영 황제’ 애덤 피티(25·영국)도 ”스콧은 옳은 행동을 했다“면서 “사람들이 쑨양에게 야유를 보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이 스포츠를 계속해야 할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쑨양이 금메달을 딸수록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수영 종목 자체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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