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주변 국가들과 미국에 파견된 이른바 ‘특사’라는 한국대통령을 대신한 대표단의 각국 원수 회동 사진을 보면 실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집무실에서 마치 유치원 원장이 유치원생과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훈화를 하는 듯한 모습인데다가 일본의 아베수상은 한국대통령을 대리한 특사가 앉은 자리보다 쿠션 한 겹을 더 높여놓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듯 접견하더니 시진핑 중국주석은 지방관리들을 불러놓고 보고를 받는 듯한 모습으로 특사단을 맞았다.
물론 이러한 모습들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정부와 한국에 대한 이들 국가들의 태도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쁠 뿐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신문과 언론들은 마치 무슨 대단한 성과라도 거둔 것처럼 정부 발표에만 매달리고 있다.
한국정부가 바라는 핵심은 주변국들의 새 정부에 대한 지지, 특히 미국의 지지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를 만나 한미 정상회담을 가져야 하고 그 성패여부가 곧 새 정부의 미래이기도 하다는 현실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있을 한미정상회담이 한국정부와 한국민들에게 흔쾌한 성과를 가져다주기에는 너무나 걸림돌들이 많아 이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유엔 대북제재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기대조차 한계가 드러난다면 “더 이상은 좌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굳혀가고 있다. 더군다나 국내적으로 탄핵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선택은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미 미국은 두개의 항공모함 전단과 두 척의 핵잠수함을 동해상과 일본 연해에 배치해 작전 중인데다가 추가로 또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한 척씩을 오키나와 기지로 발진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는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모든 움직임은 언론에 거의 노출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쉽게 흐름이 바뀌지도 않고 이른바 ‘공갈(Bluff)’이 통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쉽게 말하여 “한다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다.
추정하건 데 앞으로 곧 있게 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대북 선제공격을 포함한 긴박한 시점에 직면했다고 판단될 때는 과거 한국정부와 ‘상의’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통보’를 할 것이며 이를 이해하고 대비해달라고 주문할 것이다.
이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점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런 긴박한 정세 변화의 추이가 막상 한국정부와 언론, 국민들 사이에서는 그리 대수로이 생각되어지지 않는 것 같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도 이제는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인 듯하다.
한반도에 드리워져있는 전쟁의 암운이 폭풍우가 되어 떨어질 것이냐 아니면 이번 기회에 맑은 햇살로 거두어지느냐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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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준/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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